라식(LASIK)이 대중화된 지도 벌써 이십 년이 훌쩍 넘었다.

라식은 각막을 미세하게 절개한 뒤 레이저로 각막 두께를 깎아 빛의 굴절을 바꾸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눈의 '렌즈 표면'을 다듬어 초점을 제대로 맺히게 만드는 원리다.

근시라면 각막을 평평하게, 난시는 비대칭을 조정해 시력을 교정한다.

시술 시간은 짧고 회복도 빨라 대중화되었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각막을 얇게 깎는 만큼 안구 건조증이 흔하고, 빛 번짐·야간 눈부심이 생길 수 있다.

라식이 처음 대중화 될 때 많은 사람들이 설렘과 두려움을 품고 병원에 왔는데, 지금은 중고등학생까지 라식을 받겠다고 할 정도로 대중화 되어서 세월이 빠르긴 하다.

그런데 요즘 의학계에서 조용히, 그러나 꽤 진지하게 거론되는 기술이 하나 있다.

이름도 생소한 '망막 조정(Retinal Adjustment) 기술'.

망막 조정(Retinal Adjustment)은 각막을 깎아 굴절을 바꾸는 라식과 달리, 시세포가 모여 있는 망막 자체의 반응성을 개선해 시력을 조절하려는 개념이다.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의 밀도나 배열, 신호 전달 효율을 미세하게 조정해 초점 해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방법으로는 레이저 자극, 미세 전류 조절, 나노입자 기반 세포 재배열 등이 거론되며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다.

노안·황반변성 같은 질환 개선 가능성도 기대되지만, 시세포 손상 위험이 있어 안전성과 임상 검증이 필수다.

이 기술이 정말 실현된다면 시력 교정 분야의 큰 변곡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은 연구 단계이고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향성만 보면 흥미롭다.

라식은 결국 각막 형태를 바꿔 빛의 굴절을 조정하는 방식인데, 망막 조정 기술은 그보다 더 핵심 부위인 망막 수용체의 밀도, 민감도, 배열까지 조작하는 걸 목표로 한다.

마치 오래된 카메라 렌즈를 손보는 게 아니라 센서를 직접 개선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이게 가능해지면 나이 들어 생기는 노안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가 생긴다. 지금은 다초점 렌즈 삽입이나 돋보기 안경이 답이지만, 미래엔 레이저나 미세 전기 자극을 통해 망막 반응을 교정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망막은 각막보다 훨씬 민감하고 구조도 복잡해 잘못 건드리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남는다.

그래서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안전성 검증, 장기 추적 데이터, 비용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늘 이렇게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이 가능해지며 발전했다. 내가 레지던트 시절만 해도 인공 췌장 같은 건 공상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실제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아마 10년 뒤쯤이면 "라식 했어요?" 대신 "망막 튜닝 받았어요?"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기술은 언젠가 일상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가 다가올 때 환자가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

오늘 외래 끝내고 창밖을 보니 안경 낀 환자들이 병원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몇 년 후엔 그들에게 라식 아닌 또 다른 선택이 주어질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