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일반인보다 암이 생길 확률이 약 69퍼센트 낮다고 합니다.

반대로 암 환자는 치매가 생길 확률이 약 43퍼센트 낮다고 합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치매나 암 둘 다 무서운 병인데, 서로를 막아준다니 말이 되는 건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걸 "치매가 암을 예방한다"거나 "암이 치매를 막아준다"라고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냥 몸 안에서 작동하는 방향이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암은 세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증식하려는 병이고, 치매는 신경세포가 점점 사라지고 기능을 잃는 병입니다. 한쪽은 지나치게 활발해지고, 다른 한쪽은 점점 꺼져가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같은 몸이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셈입니다.

이런 식의 관계는 치매와 암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의학 쪽에서는 예전부터 "이 병이 있으면 저 병은 덜 생긴다더라" 같은 이야기들이 조금씩 쌓여왔습니다. 약사 입장에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파킨슨병과 일부 암의 관계입니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특정 암의 발생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신경세포가 점점 소실되는 과정과 암세포가 무한 증식하려는 과정이 서로 반대 방향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암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예외도 많습니다.

두 번째는 알레르기 질환과 암의 관계입니다.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이 특정 암에 덜 걸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걸 보면 면역계가 예민한 사람이 암세포도 좀 더 빨리 감지해서 제거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만 알레르기가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면역 반응이 지나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니까요.

세 번째는 만성질환과 조기 관리의 효과입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병을 가진 분들은 병원과 의료 시스템을 자주 오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질환이 비교적 빨리 발견되고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병이 병을 막는다기보다는, 병 덕분에 더 자주 점검받게 되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질병도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병이 다른 병과 엇갈린 관계를 보인다고 해서, 그 병이 덜 나쁘다거나 의미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인간의 몸이 얼마나 복잡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결국 같은 말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정 병이 다른 병을 막아줄 거라는 기대보다는,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 검진이 훨씬 현실적인 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여전히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