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봤을 때 Robert De Niro가 연기한 트래비스 비클에 대한 호기심으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트래비스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고 택시를 모는 남자다. 그는 주로 뉴욕의 밤거리를 쉬지 않고 떠돌며 사람들을 태운다. 문제는 그가 보는 뉴욕이 현실의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불안과 분노로 왜곡된 뉴욕이라는 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범죄자, 창녀, 타락한 인간들뿐이고, 그는 이 도시가 썩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영화는 이 생각이 틀렸다고 설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옳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이 영화를 전설로 만든 핵심이다. 대사를 많이 치지 않는데도 눈빛과 몸짓만으로 트래비스의 고립을 보여준다. 특히 거울 앞에서 "나한테 하는 말이냐"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게만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인물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택시 드라이버가 만들어진 1970년대 뉴욕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범죄율은 높았고, 타임즈 스퀘어 일대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포르노 극장과 선술집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이 영화 속 뉴욕은 일부러 더 더럽게 보이도록 찍혀 있다. 비 오는 밤, 네온사인, 창문에 맺힌 물방울은 트래비스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영화에서 도시는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정신 상태를 시각화한 장치다.

요즘 뉴욕에서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비클이 떠오를 때가 있다. 물론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뉴욕은 70년대처럼 거리 범죄가 난무하던 도시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전부 위험하다는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떤 장면, 어떤 표정, 어떤 분위기에서 그 캐릭터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는 이유가 있다. 트래비스는 도시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철저히 혼자였다. 요즘 젊은이들도 이상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혼자다. 사람은 많고 화면은 늘 켜져 있는데 정작 말 걸 사람은 없고 마음은 더 닫혀 있는 느낌.

지하철에서 다들 이어폰 꽂고 핸드폰만 보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그게 더 완벽해졌다. 표정이 없다. 눈이 자주 마주치지 않는다. 누가 옆에 앉아도 그냥 배경처럼 지나간다. 트래비스가 택시 안에서 밤거리를 바라보며 "이 도시는 썩었다" 같은 결론을 혼자 키워가던 방식이, 지금은 스마트폰 속 피드에서 더 빨리 자라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트래비스 비클이 위험했던 건 세상이 나쁘다고 느끼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검증할 사람도, 풀어낼 통로도 없었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이들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연결돼 보이는데, 실제로는 관계가 가늘다. 룸메이트와 살아도 각자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친구가 있어도 메시지로만 이어지고, 불안과 우울을 말하면 "나도 그래"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정의감'의 변형이다. 트래비스는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젊은이들이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뉴욕처럼 자극이 많은 도시에서는 "이건 틀렸고 저건 썩었고 누군가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식의 말이 쉽게 커진다. 온라인에서는 더 쉽다. 누군가를 단죄하는 말이 빠르게 퍼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분노가 의미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빠르면, 실제 삶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분노의 정체성과, 세상에 대한 혐오감뿐이다. 이게 트래비스가 빠졌던 늪과 닮아 보이는 지점이다.

뉴욕의 젊은이들이 트래비스 비클처럼 보이는 순간은, 밤에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더 강하게 온다. 야근 끝나고, 알바 끝나고, 학교 끝나고, 밝은 네온사인 아래를 지나가는데 얼굴은 텅 비어 있고 눈은 피곤하다. 도시가 화려할수록 개인은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트래비스도 뉴욕의 불빛을 보면서 오히려 더 어두워졌던 사람이다.

결국 왜 연상되냐고 하면 요즘 뉴욕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혼자 고립되는 방식'을 너무 닮아가고 있어서다. 하지만 동시에 고립이 더 세련된 형태로 숨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트래비스 비클은 오래된 영화 속 인물인데도, 지금 거리에서 가끔 현실처럼 스쳐 보이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