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다보면 스테이크? 바베큐? 다 좋다.

하지만 가끔은 뜨끈한 흰 쌀밥 위에 볶음 고추장 한 숟갈 올려서 쓱쓱 비벼 먹는 그 맛을 아무것도 대체 못 한다.

사실 미국에 살면 한식 재료 구하기가 귀찮아서 점점 간단한 쪽으로 가게 된다.

근데 이 소고기 볶음 고추장은 만드는 시간도 짧고,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일주일은 거뜬히 밥반찬으로 쓸 수 있다.

오늘은 내가 몇 년간 다듬어온 소고기 볶음 고추장 레시피를 공유한다.

넉넉한 크기의 그릇을 하나 준비하자. 여기에 갈은 소고기, 다진 마늘, 간장, 설탕, 후추를 넣고 잘 섞어준다.

포인트는 고기에 양념이 골고루 배게 손으로 좀 치대듯이 섞어주는 거다. 숟가락으로 대충 휘젓는 거랑은 결과물이 다르다.

섞었으면 그대로 잠시 놔둔다. "재운다"는 개념이다. 한 10~15분이면 충분하다.

양파를 잘게 썬다. 얼마나 잘게? 고기랑 섞었을 때 식감이 따로 놀지 않을 정도면 된다. 대충 0.5cm 정도의 다이스 컷이면 충분하다.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여기서 핵심은 양파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볶는 거다. 반투명해지면서 살짝 갈색빛이 돌 때까지. 이 과정에서 양파의 단맛이 확 올라온다.

양파가 다 익었으면 아까 양념에 재워놨던 소고기를 후라이팬에 넣는다. 중불에서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볶아준다. 갈은 고기니까 덩어리지지 않게 잘 풀어가면서 볶는 게 포인트다.

고기가 다 익으면 여기서부터가 진짜 게임이다. 불을 약불로 낮추고 고추장을 넣는다. 그리고 잘 섞어주면서 고추장이 고기에 스며들게 볶아준다. 약불인 이유가 있다. 고추장은 강불에서 볶으면 탄다.

타면 쓴맛이 나고 그 순간 game over다. 약불에서 천천히, 고추장이 고기 사이사이에 코팅되듯이 볶아주는 게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물엿을 넣고 20~30초 정도만 더 볶아준다. 물엿이 들어가면 윤기가 확 살아나면서 비주얼도 좋아지고, 감칠맛도 한 단계 올라간다.

물엿이 없으면? 설탕으로 대체 가능하다. 설탕을 넣을때마다 맛을 보고 판단하자. 달다 싶으면 안 넣어도 된다. 요리는 레시피에 목숨 거는 게 아니라 본인 입맛에 맞추는 거다.

내 생각에 한식의 진짜 매력은 이런 밑반찬에 있다고 본다. 화려한 메인 요리가 아니라,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만드는 소박하지만 강력한 한 숟갈. 소고기 볶음 고추장이 딱 그거다.

계란후라이 하나 딱 올리고, 김치 한 쪽 옆에 놓고, 볶음 고추장 한 숟갈 떠서 밥이랑 비벼 먹어보면 ㅋㅋ

주말에 30분 투자해서 평일 저녁을 준비할수 있어서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반찬준비는 별로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