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다들 착각하고 사는데, "화이팅" 이 말이 막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민족 고유 응원 구호처럼 느껴지잖아요.

할머니도 쓰고, 초등학생도 쓰고, 군대 가면 하루에 천 번씩 듣고.

근데 알고 보면 이거 생각보다 역사가 짧습니다.

불과 몇십 년짜리 신참 단어입니다.

출생지가 어디냐면 조선시대도 아니고, 광복 직후도 아니고, 그냥 1960~70년대입니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이게 영어 fighting에서 왔다는 겁니다. 영어에서 fighting 하면 뭐예요.

주먹질, 싸움, 치고받고, 멱살 잡는 그 fighting이잖아요.

누가 시험 앞둔 친구한테 영어로 "Fighting!" 하면

외국인은 "왜 나한테 싸우라고 그래?" 이렇게 됩니다.

근데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이 단어 의미가 싹 바뀝니다.

"잘 해보자."
"힘내자."
"끝까지 가자."

한국식 리브랜딩 성공 사례입니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퍼진 게 70년대 초반입니다. 공장 생기고, 군대,대학교 문화 딱 잡히고, 체육대회 행사 이런 게 폭증하던 시절입니다. 사람들 다 같이 모여서 뭐든 해야 했던 시기입니다.

이때 군대랑 체육 문화가 결정타를 날립니다. 구령, 단체 구호, 응원 문화가 일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화이팅"이 전국 순회 공연을 시작합니다.

70년대 중반부터 TV가 집집마다 생기면서 스포츠, 학교 행사, 회사 체육대회, 예능 프로그램까지 사방에서 화이팅 외칩니다.

이때 등장한 명작이 바로 "아자 아자 화이팅." 리듬까지 완성되면서 80년대 들어가면 그냥 국민 구호가 됩니다.

이 말이 이렇게 잘 붙은 이유도 시대랑 찰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한국 사회가 어떤 분위기였냐면 경제 성장, 입시 전쟁, 취업 전쟁, 군대, 장시간 노동, 그냥 전 국민이 서바이벌 게임 중이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힘내세요" 이런 말은 너무 고상합니다.

"화이팅"이 딱이었습니다.

짧고, 세고, 직관적이고, 에너지 있고. 이 단어 하나에 "버텨라, 밀어라, 포기하지 마라"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근데 이 말이 국경을 넘는 순간 바로 사고 납니다.

외국인한테 "화이팅" 하면 대부분 못 알아듣습니다.

영어로 fighting은 응원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한국인한테는 이제 완전히 순수 한국어입니다.

외래어 출신인데 국적 세탁 제대로 하고 한국인처럼 살고 있는 단어입니다.

정리하면 화이팅의 역사는 길어야 60년 남짓입니다.

근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한국인의 경쟁, 근성, 집단 문화, 성장 스토리를 몽땅 집어삼킨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그냥 이 말을 씁니다.

이 한마디에 한국사람 특유의 인생철학이 다 들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