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샌디에이고에서 살고 있는 한인 회계사입니다. 미국 생활이 몸에 밴 사람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영어 앞에서 멈칫할 때가 많습니다. 세금 보고서와 재무제표, 클라이언트 미팅은 자연스럽게 처리하면서도 짧은 일상 영어 표현 앞에서는 갑자기 낯설어지는 순간이 아직도 찾아옵니다.

특히 미국사람들 그리고 내 아들들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회의가 끝날 때 누군가 "so... that's that"이라고 말하면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단어만 보면 쉬운데 실제로는 "이건 이렇게 정리된 겁니다"라는 결론의 의미라는 걸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한국식으로는 "이제 더 말할 것 없습니다"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then so be it"도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누군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다수의 결정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때 이 말을 들었습니다. 나중에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담담한 수용의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차갑다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처럼 들렸습니다.

"this is it" 역시 한동안 헷갈렸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집을 보러 다닐 때 부동산 에이전트가 이 말을 했는데, 나는 처음에 "이게 뭡니까?"라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로 이 집입니다"라는 확신과 만족의 표현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감탄, 결론, 확신이 동시에 담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어려운 이유는 문법이 아니라 뉘앙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문화와 감정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회계사로서 숫자에는 매우 정확하지만 사람의 말 속 감정과 분위기는 여전히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샌디에이고는 특히 다양한 문화가 섞인 도시입니다. 미국 본토식 영어, 멕시코식 억양, 아시아식 표현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20년을 살아도 나는 여전히 원어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부끄럽기보다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두 언어를 오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껴집니다.

사무실에서 젊은 직원들이 이런 표현을 쓰면 나는 속으로 조용히 번역해 봅니다. "that's that"은 마음속에서 "이건 끝났습니다"가 되고, "so be it"은 "어쩔 수 없습니다"가 됩니다. 그 과정 자체가 나의 영어 공부라고 느껴집니다.

가끔은 나도 일부러 이런 표현을 사용해 봅니다. 미팅이 끝날 때 "well, that's that"이라고 말하면 발음은 완벽하지 않지만 묘하게 미국식 어른이 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why is that?"을 반복해서 되뇌입니다. 왜 이렇게 말하는지, 왜 이런 표현이 자연스러운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그 질문이 나를 계속 배우게 만든다고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영어는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을 바꾼 언어였습니다. 처음 샌디에이고에 왔을 때의 서툰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낯선 표현 앞에서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영어를 완벽히 정복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일 조금씩 이해하려 애씁니다. 샌디에이고에서 보낸 20년은 끝이 아니라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해변으로 이어진 출근길에서 커피를 들고 운전하면서 "why is that?"을 혼자 되뇌며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