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쪽 끝자락 메인주에 살다 보면 재밌는 걸 많이 배워요. 여기 사람이든 날씨든 가끔은 그냥 고집이 세진다는 거.

눈이 펑펑 오는데도 "이게 봄이야"라며 우기는 하늘처럼, 동네 사람들도 예상 밖의 행동을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사람 같으면 눈오는날에 친동생이 반바지로 외출하려고 하면, "야 이 닭대가리야 밖에 눈내리는거 안보여?"라고 하겠지만 미국에서는 "You silly goose. Go put some pants on before you freeze."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 멍청이라고 부르면 진짜 멍청한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친한사람에게만 "닭대가리", "금붕어"같은 말을 쓰는것처럼 미국에서도 진짜 머리가 나쁘다고 비하할 때는 'Stupid'나 'Idiot' 같은 강한 단어를 쓰지, 'Silly goose'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미국은 왜 하필 거위일까요?

이게 미국식 감각이 담긴 비유였어요. 사실 거위, 멀리서 보면 얼마나 평화로워요?

근데 가까이 가는 순간, 아무 이유 없이 나한테 돌진하고, 바닥을 쪼아대고, "여긴 내 땅이야!"라는 눈빛으로 째려 보거든요. 멀리서 보면 우아한데 가까이서 보면 사회성 제로인 느낌.

그래서 미국에서 "거위 같다"는 건 단순히 멍청하다는 뜻도 있지만 '엉뚱하게 선 넘고, 상황 파악은 못 하는데 에너지만 넘치는 사람' 에게 붙여주는 애칭 같은 거죠.

그럼 우리는 왜 가끔 이런 '거위 짓'을 하게 설계됐을까요?

철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정답만 고르는 기계가 아니라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존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정해진 대로만 살면 효율은 좋겠지만, 그러면 새로운 길이 안 열리잖아요.

남들이 보면 "왜 저래?" 싶은 쓸데없는 호기심이나 장난들이 축적되면서 결국 문명이 바뀌는 거니까요.

뇌가 가끔 "이거 해보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버튼을 누르는 건, 세상이 멈추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엔진 가동 같은 거죠.

또 하나는 이게 일종의 '사회적 신호'이기도 해요.

나는 남들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이상한 옷을 입거나 뜬금없는 선택을 하는 건 나만의 존재감을 알리는 상징같은 거예요.

이 전략이 성공하면 '개성'이 되는 거고, 실패하면 '거위'가 되는 거지만요.

결국 거위도 알고 보면 멍청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자기 나름대로는 영역을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과하게 충전된 것뿐이죠.

우리 인간도 인정받고 싶거나, 통제감을 느끼고 싶거나, 아니면 오늘 하루가 너무 무료해서 뇌가 자극을 찾는 거예요. 엉뚱함은 결함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 셈이죠.

오거스타의 긴 겨울을 지나며 느껴요. 사람도 자연도 가끔은 좀 엉뚱해야 균형이 맞는다는걸요.

눈폭풍이 몰아쳐도 다음 날은 해가 쨍하게 뜨고, 누군가는 눈 치우다 말고 삽 들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거든요.

우리도 가끔은 계획을 벗어나 거위 같은 결정을 하지만, 사실 그 덕분에 예상치 못한 인생의 재미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다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해요. 우리의 엉뚱함이 멋진 개성이 되려면, 최소한 남을 쪼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

거위처럼 사납게 달려들지만 않는다면, 우리 모두 그런대로 괜찮은 존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