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Augusta)에 사는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그는 20년 넘게 오거스타에서 일하면서 살고 있고, 최근엔 은퇴 생활까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오거스타, 살기 어떤가?"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도시는 확실히 장단점이 뚜렷한 곳이었다. 먼저 장점부터. 오거스타는 메인주의 주도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생활 리듬이 느리고 여유롭다. 친구는 "차 막힐 일 거의 없고,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했다. 도심 어디든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주택가와 상업 지역이 밀집되어 있어 생활 동선이 단순하다.
또 자연환경이 정말 좋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케네벡 강(Kennebec River)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강변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공기도 깨끗해서 아침마다 강가를 걷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됐다고 했다. 가을이면 단풍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고, 겨울엔 눈 덮인 거리 풍경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고 한다. 두 번째 장점은 생활비다. 그는 "보스턴이나 뉴욕 근처에 비하면 훨씬 싸다"고 했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중형 주택도 30만 달러 이하로 구입이 가능하고, 재산세도 메인 평균 수준이라 부담이 적다고 한다. 물가 역시 안정적이고, 특히 로컬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해 식비를 아끼기 쉽다. 직접 잡은 생선으로 식탁을 채우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의료 인프라도 괜찮은 편이다. 오거스타에는 메인 제너럴 메디컬 센터(MaineGeneral Medical Center)가 있어, 응급 상황이나 일반 진료를 받기 좋고, 포틀랜드까지 가면 대형 병원 이용도 어렵지 않다.
은퇴 후 의료 접근성을 생각하면 꽤 중요한 장점이다. 교육 환경도 안정적이어서, 자녀를 둔 가정에도 좋은 도시다. 반면 단점도 분명하다. 가장 먼저 언급한 건 '겨울'이었다. 오거스타의 겨울은 길고 춥다. 11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3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그는 "처음 몇 년은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제설 작업이 너무 힘들다"고 웃었다. 눈 치우는 데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라며, 은퇴 후에는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또 하나의 단점은 교통과 거리다. 오거스타는 워싱턴 D.C.나 뉴욕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가 아니다.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하고, 가까운 대도시 포틀랜드까지도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하려면 결국 포틀랜드까지 가야 해. 극장, 공연장, 대형 마트 이런 건 거의 없거든." 친구의 말이었다. 젊은 층이 적은 것도 느껴진다고 했다. 인구가 약 2만 명 정도에 불과하고, 평균 연령이 높아 도시 분위기가 다소 조용하다. 밤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8시 전에 문을 닫고, 주말에도 북적거리는 상권이 거의 없다. 은퇴자에게는 이 조용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사람이라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또 겨울철에는 실외 활동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일자리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는 "공무원, 병원, 학교를 제외하면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포틀랜드나 보스턴 쪽으로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주로 가족이 있거나 은퇴자들이다. 그 말에 오거스타의 도시 구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느긋한 리듬, 적은 인구, 그리고 잔잔한 풍경. 활력이 넘치는 도시는 아니지만, 대신 평화롭고 안전하다. 범죄율도 낮고, 사람들의 태도는 친절하다.
이웃끼리 서로 이름을 알고 인사하며 지내는, 그런 오래된 미국의 느낌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은퇴하고 나서 조용히 살기엔 정말 괜찮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집값 부담이 없고, 병원 접근성 좋고, 자연환경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다만 "눈 치우는 게 너무 힘들면 플로리다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오거스타는 젊은 시절에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생 후반기에는 최고의 도시 중 하나라는 것.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곳이라는 말이었다.








미국 지역 정보 블로그 | 

New Eng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