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트너와 같이 일하는 덴버 사무실에서 업무를 끝내면 가끔 허기지고 좀 일상이 팍팍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를 반기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Hooters.
나같은 싱글남에게 Hooters가 무슨 "남자의 로망"이네 "치킨이 나름 맛있네"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내겐 그냥 한끼도 해결하고 적당히 술도 한잔하는 현실 탈출클럽 같은 공간이다.
나는 어바인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덴버에 있는 사업 때문에 두 도시를 오간다. 어바인은 잘 정돈된 도시이고 그에반해 덴버는 조금 더 자유롭고 쿨하다.
마침 Hooters는 그 중간쯤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어색하게 진지하지도 않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여기는 무조건 "재밌자고" 가는 곳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처음 Hooters를 접한 건 20대 중반쯤이었다. 그땐 단순히 '남자들끼리 가는 재밌는 치킨집'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Hooters, 그저 그런 레스토랑이 아니다. 역사도 깊고, 의외로 마케팅 전략이 똑똑하다.
Hooters라는 단어, 사실 부엉이울음소리 Hoot에서 나와서 Hooters 하면 부엉이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후터스 로고를 보면, 부엉이 눈이 'O O' 글자에 딱 맞춰져 있는게 보인다.
하지만 미국 속어로 Hooters는 여성의 가슴을 은어로 부르는 표현이다
후터스(Hooters) 레스토랑은 이 두 의미를 교묘하게 섞어서 브랜드를 만든거다. 그냥보면 아무해가 없는 부엉이가 나오는 브랜드이니까.
후터스(Hooters) 는1983년 플로리다 클리어워터에서 위 사진에 나오는 여섯 명의 남자가 장난처럼 만든 레스토랑이었는데 지금은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해외까지 진출했다.
처음엔 "이게 되겠어?" 싶었지만, 4월 1일에 창립한 거 보면 그들도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시작했단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 단순히 "여자 직원이 짧은 반바지를 입는다"는 것만으로는 수십 년간 살아남을 수 없다.
Hooters는 스포츠 중계,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이 '환영받는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덴버 지점에 자주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고, 직원들이 "또 왔네요!"라는 말로 반갑게 맞아준다.
진짜로 내 이름을 기억하는 직원도 있다.
그리고 음식. 사실 기대 없이 가면 의외로 괜찮다. 치킨 윙은 뭐 두 말 하면 입 아프고, Curly Fries도 꽤 중독성 있다.
맥주는 시원하고, 낮부터 맥주 한 잔 마시며 야구 보는 건 정말 미국적인 낙 중 하나다.
특히 덴버에서 한참 일하다가 혼자 Hooters에 가서 무념무상 치킨 뜯으며 Rockies 경기 보면, 진짜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후터스(Hooters)의 핫 윙 소스는 이름처럼 단순히 매운맛만 있는 소스가 아니다.
이건 나같은 매니아가 잘 아는데 은근히 중독성 있는 조합이 숨어 있다. 버팔로 스타일(Buffalo style)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스에 버터와 식초, 고추소스(핫 소스)를 섞은 조합이다. 하지만 후터스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얼얼한 매콤함 뒤에 살짝 달큰하고 새콤한 맛이 따라오다가 입안에 오래 남는 버터리한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맛의 밸런스는 처음엔 살짝 시큼하게 톡 쏘고, 이어서 매콤함이 올라오다가 마지막에 입안을 감싸는 기름기와 감칠맛이 남는다. 단순히 혀를 찌르는 매운맛이 아니라, "또 먹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식욕자극형 소스라고 보면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Hooters Girls' 시스템.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트레스가 단순히 주문 받고 음식 가져다주는 역할이라면, Hooters에서는 일종의 브랜드 앰배서더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중에는 나중에 유명인이 된 사람도 많다. 예를 들어 'Baywatch'의 Carmen Electra도 한때 Hooters에서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도 이전에는 후터스를 그저 '남자들이 좋아하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그 특유의 분위기가 오히려 힐링이다.
사실 어바인에도 코스타메사에 Hooters가 있지만 혼자 거기 가려면 부담스럽고, 눈치도 좀 보인다. 하지만 덴버는 다르다. 그냥 점심시간에 슬쩍 들렀다 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이 공간은 진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이다.
모든 걸 따지고 계산하고 줄 세우는 삶 속에서 어설픈 조명, 화려하지 않은 인테리어, 다소 클리셰 웨이트리스들의 코스프레 느낌같은 서비스... 그런데 그런 게 딱 좋아서 어설픔 속에서 오히려 진짜 휴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내게 Hooters는 단순한 치킨집이 아니다. 약간은 과장된 미국식 유머와 현실과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한 그 헐렁한 세계. 때때로 그런 공간이 필요할 때, 나는 다시 덴버의 Hooters로 향한다. 물론 치킨도 맛있다.
그리고 그 치킨은 이상하게 어바인보다 덴버에서 먹을 때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