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이사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물맛이었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수돗물 틀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셨는데, 여기선 컵에 따라 놓고 마셔보니 뭔가 입안에서 묵직하게 남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단순히 물이 낯설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콜로라도 물에는 탄산칼슘이 꽤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경수'라는 거죠.
덴버는 로키산맥 기슭에 자리 잡고 있잖아요. 물은 대부분 산에서 녹은 눈이나 지하수를 통해 공급됩니다. 이 과정에서 석회암 같은 암석을 거치면서 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들어가요. 그게 바로 탄산칼슘입니다. 한국에 살 때는 연수에 가까운 물을 주로 썼는데, 여기 오니 확실히 물맛부터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처음엔 이게 좀 거슬렸습니다. 물 마실 때마다 약간 떫은 맛이 나고, 전기포트에 물 끓이면 금방 하얀 가루가 앉아버리거든요. '이거 건강에 안 좋은 거 아니야?' 싶은 걱정이 들었죠.
조금 찾아보니까 다행히도 탄산칼슘이 몸에 해로운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칼슘은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주는 필수 미네랄이고, 근육과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적당히 들어 있는 정도라면 오히려 플러스 효과가 있습니다. 칼슘 보충제를 일부러 챙겨 먹지 않아도 물 마시면서 조금씩 얻을 수 있는 거니까요. 경도가 높은 물을 계속 마시다 보면 위가 민감한 사람은 더부룩하다든지, 변비 같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신장결석 위험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하고요.
하지만 덴버 물을 매일 마신다고 해서 칼슘 과다 섭취가 될 정도는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체질이나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거죠.
덴버에 살다 보니 건강보다 오히려 '생활의 불편'에서 탄산칼슘을 더 체감하게 됩니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면 며칠 만에 흰색 석회질이 바닥에 앉아 있어요. 커피머신에도 금방 끼는데, 이거 청소 안 하면 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구연산이나 식초로 주기적으로 세척하는 게 필수가 됐습니다.
물이 세다 보니 샤워 후에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있습니다. 로션을 듬뿍 발라야 하고, 어떤 친구는 아예 샤워 필터를 달아서 쓰더라고요.
콜로라도 수돗물은 정수 과정을 거쳐서 공급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안전합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경도가 다르고, 덴버는 확실히 센 편이라서 생활 속 불편이 두드러지는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Brita 같은 정수기 필터를 쓰거나, 아예 생수를 사다 먹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마셨는데, 지금은 주로 정수된 물을 마십니다. 물맛이 훨씬 부드럽거든요.
덴버 수도물 속 탄산칼슘은 건강에 크게 해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칼슘 보충 효과가 있을 수도 있어요.다만 물이 너무 세서 생활 속에서 불편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포트 청소는 자주 해줘야 하고, 피부가 건조하다면 샤워 필터를 고려해야 하고, 커피 맛까지 신경 쓰는 분들은 연수기를 쓰기도 합니다.
저도 덴버 온 지 몇 년 살다 보니까 이제는 '이게 이 동네 물맛이지' 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처음엔 신경 쓰였던 탄산칼슘도 지금은 그냥 이 지역 특색으로 느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