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정신건강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인구의 약 4~5%가 평생 한 번 이상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불안하거나 긴장되는 상황을 넘어서, 갑자기 이유 없이 극심한 공포와 신체 증상이 몰려오는 발작을 경험하는 것이다. 보통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이 막히며, 손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면서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런 발작이 반복되면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외출을 꺼리거나, 특정 장소를 피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생긴다. 특히 미국 사회처럼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는 DSM-5 기준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그 후 발작이 또 생길까 두려워하거나 발작의 결과(예: 심장마비, 미친 사람 취급받음)를 걱정해 행동이 바뀌는 것'으로 정의된다.

발작은 몇 분 안에 최고조에 달하고, 그 안에 신체 증상이 여러 가지 동반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게 심장병 발작이나 호흡기 문제와 구분이 쉽지 않아서,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응급실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신체적 이상은 없고, 결국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이 내려진다.

그렇다면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황장애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질환은 모두 불안을 주요 증상으로 하지만, 발병 배경과 양상은 크게 다르다.

PTSD는 말 그대로 '외상 사건'을 겪은 후 생기는 병이다. 전쟁, 성폭력, 심각한 사고, 자연재해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을 한 뒤, 그 기억이 지속적으로 되살아나고 회피·과각성 증상이 이어지면서 일상생활이 망가진다. 예를 들어 전쟁 참전 군인이 총소리만 들어도 몸이 굳거나, 교통사고 피해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플래시백을 겪는 경우다.

반면 공황장애는 뚜렷한 외상 경험 없이도 갑자기 발작이 시작될 수 있다.

외부 사건보다는 뇌의 불안 시스템, 생리적 반응, 유전적 요인, 생활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PTSD는 '특정 사건 이후의 트라우마 질환'이고, 공황장애는 '예측 불가능하게 찾아오는 불안 질환'으로 구분된다.

증상의 양상도 조금 다르다. PTSD 환자는 과거 외상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플래시백·악몽에 시달리고, 그와 관련된 장소나 상황을 피하려 하며, 늘 긴장된 상태로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반대로 공황장애 환자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발작이 핵심이고, 그 발작이 또 올까 두려워서 활동 반경을 줄이게 된다. 쉽게 말해 PTSD는 '과거 사건의 그림자'가 현재를 지배하는 병이라면, 공황장애는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발작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를 지배하는 병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두 질환 모두 큰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PTSD는 특히 참전 군인, 성폭력 피해자, 이민자나 난민 같은 취약 집단에서 흔하다. 실제로 미군에서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다녀온 군인 중 약 10~20%가 PTSD 진단을 받았다는 보고도 있다.

공황장애는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성인 인구 전반에서 나타나며,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보고된다. 두 질환 모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 약물 남용,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공황장애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CBT)가 효과적인데, 특히 '노출 치료'를 통해 공황발작과 관련된 상황을 점진적으로 경험하면서 두려움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PTSD도 약물치료가 병행되지만, 외상 기억을 안전하게 떠올리고 재처리하는 심리치료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EMDR)' 같은 기법이나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활용된다.

정리해보면, 공황장애는 미국 성인 인구 약 20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고, PTSD는 특정 외상 경험 이후 발병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원인부터 다르다.

공황장애는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그것에 대한 공포가 문제라면, PTSD는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핵심이다.

두 질환은 모두 현대인의 삶 속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사회적 파급력도 크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