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살면서 비행기를 자주 타는편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 들어봤을 거다.

"사우스웨스트는 가방 두개까지 공짜야"

이 한마디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선택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였던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위탁 수하물 두 개를 공짜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애용했는데. 그런데... 그게 끝났다.

2024년 5월 28일부로, 사우스웨스트도 가방에 돈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공식 발표는 그 전날, 아주 담백하게 나왔다.

"내일부터 베이직 이코노미 고객님들께는 수하물 요금이 부과됩니다. 첫 번째는 35달러, 두 번째는 45달러입니다."

기분은 안 좋지만, 뭐 대놓고 사과하진 않더군.

이쯤 되면 누군가는 "아니, 그럼 지금까지 가방 공짜였던 게 이상한 거 아니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게 바로 사우스웨스트의 정체성이었단 말이다.

다른 항공사들처럼 가방요금 따로 챙기지 않아서 사우스웨스트는 뭔가 사람 냄새가 났다고.

"우리는 여러분의 가방 두 개까지는 책임지겠습니다."

이게 얘네 마케팅 핵심이었던 거지.

그랬던 사우스웨스트가 이제 와서 "우리도 돈 벌어야겠다"며 가방 요금을 슬그머니 꺼내든 거다.

물론 이유는 있다. "1분기에 1억 4900만 달러 손실 봤다"고 하더라.

그 말인즉슨, "우린 지금 돈이 급하니까 미안하지만 고객님들, 돈 좀 더 내세요."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기업도 장사니까.

그런데 기분이 더러운 건 뭔지 아나?

그동안 이 항공사를 믿고, 일부러 여기만 골랐던 우리 같은 서민 고객들이 이제는 그냥 그저 그런 항공사 승객이 되어버렸다는 거.

가방 두 개 붙이면 그냥 유나이티드나 델타랑 똑같아진다는 거다.

물론 예외는 있다. 비즈니스 셀렉트 티켓 끊는 사람들? 가방 요금 안 내도 된다.

회원가입한 충성 고객? 당연히 무료. 사우스웨스트 제휴 신용카드? 하나는 공짜로 붙일 수 있다.

이 패턴 너무 익숙하지 않나? 늘 그렇듯 일반 서민들만 지갑 더 열게 돼 있다.

공짜로 붙이던 가방이 갑자기 80달러. 그럼 저가항공이 맞긴 맞냐?

이 와중에 7월에 발표한 거 또 하나 있다. 2026년부터는 '자유석 정책'도 없앤다고.

이게 또 사우스웨스트의 시그니처였는데... 프리미엄 좌석은 추가 비용이 들 거라고 이미 못을 박았다.

이쯤 되면 "기존 고객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사우스웨스트를 타야 하나?"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사우스웨스트를 지탱해온 몇 안 되는 특징인, 무료 수하물 그리고 자유 좌석제가 없어진거다.

사우스웨스트가 요금 정책을 바꿨다고 항공기가 갑자기 고급스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내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좌석 간격이 넓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똑같은 비행기, 똑같은 서비스, 그런데 이제 수하물 요금까지 똑같이 받는다는 얘기다.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도 똑같이 장사합니다"라고 선언하고 시작했으면 배신감은 덜했을 것이다.

사우스웨스트요?

이젠 그냥 "그나마 예전엔 괜찮았던 항공사"일 뿐이라는 역사속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