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집에 다녀왔다.
6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한번쯤 열리는 그의 전통적인 ‘퓨전 바베큐 파티’에 빠질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과일을 사든채 꼭 얼굴을 내민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6월 중순의 따뜻한 햇살 아래, 두툼한 패티와 양념갈비가 챠콜 위에서 익어가며 만들어낸 그 향기만으로도 인생이 참 괜찮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달라스의 여름은 뜨겁지만, 그 뜨거움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오후 6시, 텍사스식 바베큐 그릴 앞에 서 있으면 92도가 넘는 더위쯤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바람 한 점 없이 맑게 갠 하늘과 빨갛게 익어가는 고기, 그리고 옆에서 웃으며 맥주 건네는 친구들. 나는 이런 풍경을 ‘텍산의 여유’라고 부른다.
지인의 집은 루카스(Lucas) 근처의 넓은 단독주택인데, 뒷마당엔 나무 그늘과 파라솔, 그리고 그릴이 있다. 다양한 스테이크 부위를 구울때 나는 그 부드러운 결, 칼끝에서 촉촉히 묻어나는 육즙을 보면 이게 바로 텍사스구나 싶다.
소고기 한 점에 엄청나게 큰 농장을 배경으로 한 텍사스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여기에 스파이스 먹인 소시지, 흰 쌀밥에 잘익은 김치나 코울슬로 한 숟갈 얹으면… 바베큐가 아니라 '작품'이다.
달라스는 바베큐 문화가 생활처럼 스며든 도시다. 그냥 주말에 고기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실질적인 문화다. 함께 그릴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누군가는 맥주를 따르고, 누군가는 음악을 튼다. 나는 바베큐 파티만큼 진심을 나누기 좋은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텍사스의 바베큐 시즌은 길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의 길고도 뜨거운 여름 기후는 야외 바베큐요리를 즐기기에 최적이다.여긴 낮이면 불판 올리기 딱 좋은 날씨고,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피니시 버번 한 잔이 잘 어울린다.
나는 이런 소소한 주말의 사치가 참 소중하다. 이렇게 친구들과 모여 땀 흘리고 웃으며 고기 한 점에 행복을 나누는 시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귀하게 느껴진다. 달라스에 집을 산 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런 여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경 역시 결정적이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 남은 훈연 고기의 향이 내내 따라왔다. 그냥 냄새가 아니라, 이 날을 기억하게 해주는 ‘텍사스의 냄새’ 같았다. 달라스에서 산다는 건 단지 집값이나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순간들 덕분에 ‘살맛 나는’ 삶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오늘 아침엔 지인이 따로 포일에 싸준 갈비살을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 먹었다. 어제 웃음소리와 음악이 아직 귓가에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번 확신했다. 텍사스는, 특히 달라스는… 바베큐 하나로도 충분히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