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토니오에 살다 보면 아무래도 이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천천히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10번 프리웨이 근처 샌 안토니오 북서쪽에 살고 있는데, 이 도시 사람들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샌 안토니오 로컬들은 대부분 이 도시가 천천히 커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지금처럼 도로가 넓고 쇼핑센터가 많았던 시절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한때는 시 외곽이 거의 농지나 황무지에 가까웠던 시절도 함께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개발 이야기가 나오면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이제 여기도 많이 변했네"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40년 가까운 꾸준한 SA지역의 성장을 체험한 로컬 특유의 여유 그리고 묘한 자부심이 섞여 있습니다.

군부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또 다릅니다. 이곳은 조인트 베이스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나갑니다. 이사 오는 이웃과 금방 친해졌다가, 몇 년 뒤면 다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생활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은 타주에서 온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떠나는 것도 담담하게 보냅니다. 정 붙였다 헤어지는 게 일상이라, 인간관계가 쿨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샌 안토니오는 날씨와 지리적 환경도 이 도시 사람들의 성격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의 폭염, 갑작스러운 폭우, 그리고 멕시코 접경지역이라는 특수한 위치. 이곳 사람들은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면서도, 멕시코 문화와 언어, 음식, 음악을 생활처럼 받아들이며 자랍니다. 이중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 도시는 전형적인 군사도시에서 점점 살기 좋은 생활 도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엔 군 관련 산업과 훈련 시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의료, 교육, 관광, 물류, IT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도시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좋은 학군 지역은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커피숍, 공원, 산책로, 자전거 도로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명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도 뚜렷합니다. 다운타운과 인근 일부 지역은 여전히 슬럼화가 심하고 범죄율이 높은 구역도 많습니다. 한 블록 차이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동네도 흔합니다. 고급 아파트와 홈리스 캠프가 같은 거리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이 도시의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원래 살던 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샌 안토니오는 성장하는 도시의 장점과 군사도시 특유의 안정감, 그리고 히스패닉 주민들의 Tex-Mex cuisine 문화의 개방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 반대편에는 슬럼화, 범죄, 주거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가 쌓여 가고 있습니다.

이 두 방향이 어떤 균형으로 굳어질지가 앞으로 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