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실화 블랙코미디, 영화 Bernie, 2011 - Houston - 1

살다 보면 인생 뭐 별거 있냐 싶다가도, 막상 남의 인생 들여다보면 또 별게 다 있다.

2011년도 개봉영화인 Bernie는 딱 그런 영화다. 1996년에 발생한 81세 노부인 마조리 누젠트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블랙 코미디 영화다.

그냥 조용한 텍사스 소도시 이야기인데, 까보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얼마나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영화는 Richard Linklater가 연출했다. 이 감독 스타일이 큰 사건을 요란하게 터뜨리는 대신, 그냥 사람들 사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아 이게 진짜 이야기구나" 하고 깨닫게 만든다.

배경은 Carthage, Texas. 동부 텍사스 특유의 조용하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깔린 작은 도시다.

주인공은 Jack Black이 연기한 버니 티드다. 장례지도사다. 직업부터가 사람 죽음이랑 붙어 있는 직업인데, 이 사람이 또 성격이 기가 막히게 좋다.

마을 사람들 누구한테나 친절하고, 교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냥 "저 사람은 절대 문제 안 일으킨다" 싶은 타입이다. 반대로 Shirley MacLaine이 맡은 마조리라는 노부인은 돈은 많은데 성격이 까칠하다. 동네 사람들 다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서부터 이미 분위기가 착한 사람 하나, 밉상 하나. 인생 공식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둘이 가까워진다. 버니가 마조리 장례 준비를 도와주다가 관계가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그냥 인간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선을 넘는다. 버니가 마조리를 총으로 쏴 죽인다. 그리고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놓고 몇 달을 그대로 살아간다.

여기서 평생 착하게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게, 결국 사람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다.

더 웃긴 건 그 다음이다. 경찰이 사건을 밝혀내고 재판이 시작되는데, 마을 사람들이 버니 편을 든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감싸는 상황이다. 이게 영화적인 설정 같지만 실제 사건이다.

그래서 더 묘하다. Matthew McConaughey가 연기한 검사가 등장해서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지역 감정, 인간관계, 종교적인 분위기까지 다 얽혀 있다.

텍사스 실화 블랙코미디, 영화 Bernie, 2011 - Houston - 2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중간중간 실제 주민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다.

"버니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 할머니는 원래 그랬다"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온다.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판단이 흐려진다. 이게 맞나 싶은데, 또 인간적으로 이해는 간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배경이 되는 동부 텍사스 분위기도 중요한 포인트다. 한가한 동네라거 주변에 숲이 무성하고, 교회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네.

서로 다 아는 사이고, 남 얘기 금방 퍼지는 그런 구조다. 이런 데서는 한 사람의 이미지가 곧 현실이 된다.

버니가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행동조차도 다르게 해석되는 거다.

담당 검사는 배심원 제도의 특성상 같은 지역에서 재판을 진행할 경우 무죄 평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재판 장소를 다른 도시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작은 지역 사회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와 평판이 법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영화는 사건을 단순한 극 영화 형식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각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며, 진실과 인식 사이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연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잭 블랙은 원래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데, 여기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웃기면서도 불안하고,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하다. 이 미묘한 균형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간다.

셜리 맥클레인도 만만치 않다. 그냥 밉상 캐릭터가 아니라, 왜 저렇게 됐는지 납득이 가게 만든다.

결국 이 영화 보고 나면 이런 생각 든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딱 잘라 나누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지. 상황 하나, 관계 하나에 따라 다 바뀐다.

인생이 별거 없다는 말이 가볍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별거 다 들어 있다.

이 작품 주연으로는 버니 역에 Jack Black, 지방 검사 대니 역에 Matthew McConaughey가 출연해 각기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