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드라마들을 보다 보면 재미는 있는데 가끔 옛날에 나온 드라마 처럼 왜 못만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입니다.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품은 대단해 보입니다.
당시 최고 시청률 48.7%라는 숫자보다 놀라운 건,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 용기도, 환경도 더이상 한국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의 달이 특별한 이유는 그 시대 드라마들이 보통 다루던 소재와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만 해도 재벌, 순정 멜로, 화려한 사랑 이야기가 주류였는데, 이 드라마는 강남의 불빛이 아니라 그 불빛을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달동네 사람들의 삶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가난을 절대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착하고 순수하다는 공식 따위는 애초에 없습니다. 서로 속이고, 돈 때문에 싸우고, 남의 불행을 은근히 즐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들만 나옵니다. "서울 하늘 아래 내 땅 한 평 없다"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붙잡으려다 그 희망에 또 배신당하는 이야기. 이 정도 리얼리즘은 요즘같으면 기획사에서 편성 회의에서 아마 바로 잘릴 겁니다.
한석규가 연기한 김홍식이라는 캐릭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예 방송 불가급 인물입니다.
사기꾼이고, 배신자고, 출세를 위해 여자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다가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폼 나게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그 시대 산업화 속에서 밀려난 수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이었고, 그 끝이 비극이라는 사실이 이 사회의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홍식과 대비되는 춘섭, 그리고 채시라가 연기한 영숙 같은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과 악, 성공과 실패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인간들입니다. 누구나 이해되고, 누구나 조금씩 틀어져 있습니다. 그 시절 서울로 올라온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을 지금처럼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시대에 과연 누가 만들겠습니까.
서울의 달 대사들은 지금 들어도 살이 아픕니다. "돈 있으면 개도 멍멍 안 짖고 님님 그런다" 같은 말이 그냥 대사처럼 툭툭 나옵니다.
정을영 감독의 연출은 달동네 골목의 냄새, 겨울 공기의 차가움까지 화면 밖으로 끌어냅니다. 이런 질감은 지금의 깨끗하고 세련된 화면에서는 오히려 더 만들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90년대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집 한 채, 계층 이동,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때보다 더 막막합니다. 그래서 서울의 달이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은 겁니다. 이 작품은 추억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삼켜버리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찍어 둔 기록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이런 드라마 못 만듭니다. 만들면 욕먹고, 불편하다고 민원 들어오고, 시청률 보장도 안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서울의 달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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