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다운타운 이민자 권익 보호 시위가 격렬한 충돌로 번지면서 ‘왜 LA는 폭동이 자주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이 듭니다.
이번 시위는 시청 인근에서 100명 넘는 이민자들이 체포되자,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죠.
처음에는 일반적인 항의시위로 시작됐지만, 점차 격해지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으로 진압에 나섰고, 결국 주방위군까지 투입됐어요.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건 단지 단속에 대한 반발만은 아닙니다.
LA는 역사적으로 폭동이 반복되어 온 도시입니다.
1965년의 와츠 폭동, 1992년의 로드니 킹 폭동이 대표적인 예죠. 그때도 경찰의 과잉진압, 인종차별, 법의 불공정이 도화선이 됐어요.
우리가 잘 아는 로드니 킹 폭동은 1991년 3월 3일, 흑인 남성 로드니 킹이 고속도로에서 체포되는 과정에서 LAPD 경찰들이 과도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깁니다. 이 영상이 전국에 퍼지면서 공분이 일었죠
하지만 재판에서는 네 명의 경찰 모두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이 소식이 1992년 4월 말에 공식 발표되자 LA 전역, 특히 흑인 밀집 지역인 사우스센트럴(LA 남부)에서 폭동이 발생합니다. 분노는 흑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다른 소수계층에도 불붙습니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6일간의 폭동으로 사망자 63명, 부상자 2,383명, 체포자 1만여 명, 재산 피해 10억 달러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이 폭동으로 한인타운도 직격탄을 맞습니다. LAPD는 주요 진압 대상으로 백화점이나 부촌을 우선시했고, 코리아타운은 사실상 방치되었습니다 .
이에 한인 상인과 주민들이 직접 나섭니다. 총기와 파이프, 산탄총 등을 지닌 사람들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무장 경계에 나선 것이죠—이들이 바로 인터넷에서 “루프탑 코리안”으로 불리는 이들입니다. 한인 상인들은 “경찰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아 우리가 지켜야 했다”고 했습니다. 어느 상인은 “총 먼저 쏜 적 없다. 경찰이 도망갔기 때문에…”라며 정당방위를 강조했죠 .
1992년 LA 폭동은, 단순히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누적된 인종 갈등, 경제·사회적 불평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 등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 사건이었죠. 특히 한인 이민자들은 ‘루프탑’으로 상징되는 자력 방어를 택해야 했고, 그 선택이 미국 사회안전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LA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까요?
첫 번째 이유는 인종과 계층이 워낙 다양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에요.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백인들이 섞여 살다 보면, 다양한 갈등이 생기고 그게 폭발할 여지도 많아지죠. 특히 소득 격차나 교육 기회 차이 같은 문제들이 이들 간에 갈등의 불씨가 돼요.
두 번째는 경찰의 역할이 큽니다. LA 경찰국, 흔히 LAPD라고 하죠. 이들은 예전부터 강압적인 방식으로 유명했어요. 무기 사용이 잦고, 인종차별적 태도도 지적받아왔죠. 시민들이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다 보니, 작은 사건도 대규모 저항으로 번지는 겁니다.
세 번째는 경제적 불평등입니다. LA에는 초호화 주택이 있는 지역도 있지만, 반대로 빈곤율이 높은 지역도 많아요.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의료·교육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은 특히 불만이 높고, 이게 폭력적인 시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미디어예요. 요즘은 영상 하나만 퍼져도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죠. SNS를 통해 시위 장면이 퍼지면, 그걸 본 다른 지역 사람들도 분노하고 동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시위는 커지고, 자극적인 행동도 많아져요.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대립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번 사태만 봐도 주지사는 군 투입에 반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지시했죠. 이런 정치적 갈등은 현장의 긴장을 더 키우고, 결국 폭동처럼 번지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결국 LA의 폭동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도시 구조 자체에 내재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입니다. 누적된 불만, 신뢰의 붕괴, 그리고 반복되는 억압. 이 모든 게 합쳐져 폭발하는 거죠. 시위는 순간이지만, 그 뒤에 숨은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LA는 인종, 계층, 권력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시입니다. 이민자가 많고 다양성이 풍부한 만큼, 경제적·사회적 갈등도 동시에 흔합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불공정한 법 집행, 경제적 박탈감은 시위의 불씨를 키우고, 미디어는 이를 전국적 공론장으로 만들죠.
최근 사건은 단지 이민 단속에 대한 항의가 아닙니다. 이는 도시 권력 구조, 연방‐주 권한 분쟁, 그리고 다문화 사회 내부의 불신과 불평등이 맞물려 폭발한 결과입니다. 1965년 와츠에서,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LA는 여전히 같은 문제의 순환 속에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