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MBA까지 마쳤지만, 아직도 매달 빠져나가는 학자금 대출 고지서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처음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믿었지만,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 '투자'가 얼마나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매일 느끼고 있다.
내가 입학했을 때 코넬 학부 등록금은 연간 약 4만 5천 달러였다.
여기에 기숙사비, 식비, 교재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6만~6만 5천 달러가 필요했다.
지금은 물가상승으로 훨씬 더 높지만, 10여 년 전에도 부담은 엄청났다.
이혼 후 혼자 계신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나는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Federal Student Loan)을 신청했다.
학부생이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대출은 Direct Subsidized Loan과 Direct Unsubsidized Loan이다.
다만 이 두 가지 대출의 연간 한도는 최대 5,500달러~7,500달러 정도라, 실제 학비 전액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부분은 Parent PLUS Loan이나 Private Loan으로 메워야 했는데, 나는 부모님의 지원이 어려워 사설 대출 비중이 점점 커졌다. 등록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집세, 교재비, 보험료, 교통비까지 생활비가 매 학기마다 쌓였다.
장학금과 그랜트를 받기도 했지만 부족했고 결국 사설 은행 대출을 선택했다.
Private Loan은 금리가 더 높고 상환 조건도 까다로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20대 초반의 나는 '미래의 나'를 담보로 너무 쉽게 서명했던 것 같다.
경제학 학부를 마치고 곧바로 코넬 MBA 과정에 들어갔다. 여기서 진짜 큰 빚이 시작됐다.
MBA 학비는 당시 기준 연간 약 6만 5천 달러, 기숙사 생활비까지 합치면 한 해 8만 달러 이상이 들었다.
2년 과정이니 총비용은 16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 금액이 아직도 나를 허덕이게 만들고 있는것이다.
대학원생들은 보통 Graduate PLUS Loan을 통해 등록금과 생활비 대부분을 충당한다. 이론적으로는 필요한 만큼 거의 전액 빌릴 수 있다.
나도 결국 2년 동안 약 14만~15만 달러를 대출로 조달했다. 당시엔 "졸업 후 좋은 직장에 가면 금방 갚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미국 학자금 대출은 졸업 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달 상환이 시작된다. 나는 처음에 Standard Repayment Plan으로 매달 약 1,200~1,400달러를 납부해야 했다. 난 운이좋게 회사에서 받게 된 초봉이 높은 편임에도 뉴욕의 생활비를 감안하면 버겁게 느껴졌다.
결국 Income-Driven Repayment (IDR)으로 전환해 소득의 일정 비율만 납부하게 됐다. 그 결과 매달 약 600~800달러로 줄었지만, 상환 기간은 20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총 상환액은 원금보다 훨씬 불어나게 된다.
연방 대출은 IDR 기준으로 20년~25년 동안 꾸준히 갚으면 남은 금액이 탕감된다. 하지만 그 탕감액은 소득으로 간주되어 세금을 내야 한다. Private Loan은 더 냉정하다. 연장도 어렵고, 파산을 해도 대부분 탕감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은 흔히 "평생의 그림자"라고 불린다.
나는 지금도 매달 약 800달러 이상을 갚고 있다. 학부와 MBA를 합쳐 약 18만~2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졸업했는데, 8년 동안 갚았음에도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어도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금을 보면 "내가 언제쯤 진짜 자유로워질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