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한말이 있댜. "미국은 더 이상 바보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 발언치고는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유치한' 말이 실제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놨다는 거다.

그가 주장하는 상호주의는 과연 정당한 요구였을까, 아니면 그냥 또 하나의 쇼였을까?

본인 말로는 "협상은 거래이며, 거래는 싸움이다." 그러니까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를 봤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상대국들을 악당으로 만든 다음, 관세라는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는 전략이었다. 특히 중국, 유럽, 캐나다, 심지어 한국까지 타깃이었지.

트럼프가 내세운 핵심 논리는 '상호주의'였다. 미국이 수입에 대해 20% 관세를 내는데, 다른 나라는 미국 제품을 무관세로 받는다는 식의 불공정 거래를 끝내자는 거였지.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보자. 상호주의라는 말, 듣기엔 그럴싸하다. 서로 주고받는 게 공정하다는 거니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무역에는 역사적, 정치적, 산업구조적 맥락이 얽혀있다. 어떤 나라는 기술이 부족해서 수입에 의존하고, 어떤 나라는 인건비가 낮아 제조업을 살리려 하고, 또 어떤 나라는 전략적으로 상대국을 봐주는 경우도 있다. 무역협정은 그래서 그렇게 복잡하게 짜인 거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걸 한 방에 단순화시켰다. "미국은 손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걸 '관세폭탄'이라는 무기로 해결하려 들었다. 처음엔 지지율 올라갔다. 왜냐면 표를 주는 미국 중서부 농민들이 "그래! 중국 때문에 우리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지!" 하고 박수쳤거든. 그런데 몇 달 뒤, 그들이 진짜 관세폭탄을 맞게 된다. 중국이 보복관세로 미국산 콩 수입을 줄여버린 거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는 다시 그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퍼줬다.

여기서 진짜 포인트.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의 카드로 썼다. 그러니까 이건 무역정책이라기보다는 '딜'의 수단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이 우리를 오랫동안 털어먹었다"며 분노했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을 맞았고, 기업들은 공급망 재조정에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전부 틀렸다는 건 아니다. 미국이 그동안 자유무역의 이상 아래, 너무 많은 걸 내줘왔던 것도 사실이니까.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기술 이전 강요와 불공정한 지식재산권 문제가 실제로 존재했다. 트럼프가 이걸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행동으로 옮긴 건 사실 일종의 '정치적 용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전의 대통령들은 이슈를 인식하고도 유야무야 넘겼으니까. 그런데 트럼프는 그냥 들이받았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결국 뭐였을까?

일부는 "필요한 충격요법"이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일부는 "정치적 도박"이라고 본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는 관세를 장기적인 산업 전략이 아닌, 재선 전략의 도구로 썼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중국 때리기, 관세 언급하기,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결국 관세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강한 대통령' 이미지를 심기 위한 무대 소품이었다.

지금 뉴욕에 사는 나는 매일 수퍼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고, 아마존에서 평소 사던 전자제품이 몇십 달러씩 비싸지는 걸 체감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게 상호주의인가, 아니면 그냥 관세가 만든 착시인가?"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분명히 문제를 드러냈고, 뭔가 바꿔야 한다는 경고를 던지긴 했다. 하지만 그 해법이 너무 정치적이었다. 협상은 계산인데, 트럼프는 감정으로 몰아쳤다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