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 창가에 서서 노을을 보고 있었어요.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죠.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해를 따라서 계속 서쪽으로 날아가면 이론적으로 해는 계속 떠있는거 아닌가?

되게 쓸데없는 상상이지만 지구과학이랑 연결되는 질문이더라고요. 그래서 계산기 꺼내서 계산좀 해보았어요.

제 전공이 통계학이어서 수학공식은 좀 많이 알거든요.

우리가 매일 밤을 맞이하는 이유는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동쪽으로 열심히 돌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해가 지지 않게 하려면 지구가 도는 만큼, 그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같은 속도로 날아가면 되는 거였어요.

러닝머신 위에서 뒤로 안 밀리려고 앞으로 뛰는 거랑 완전히 똑같은 원리였어요.

지구의 둘레가 약 40,075km고 이걸 24시간에 한 바퀴 도니까, 적도 기준 자전 속도가 시속 약 1,670km였어요.

이 속도는 위도가 올라갈수록 줄어들어요. 그래서 적도에서는 시속 1,670km, LA처럼 위도 34도 근처에서는 약 1,385km, 서울은 약 1,330km 정도였어요.

펠팍의 위도는 대략 북위 40.85도 정도예요. 지구는 적도에서 시속 약 1,670km 속도로 자전하고 있는데, 이 속도는 위도가 올라갈수록 cos값만큼 줄어들어요. 이걸 계산해보면 1,670 × cos(40.85°)가 되는데, 대략 시속 1,260km 정도가 나와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펠팍에 서 있는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지구와 함께 동쪽으로 시속 약 1,260km로 날아가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흔히 타는 보잉 737이나 747 여객기의 순항 속도가 850~900km 정도니까, 여객기로는 아무리 서쪽으로 날아도 결국 해는 지게 되어 있었어요. 적도에서는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야 하니까 사실상 전투기나 특수 기체가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체를 따져보면 민간 항공기는 전부 탈락이었어요. 유일하게 민간에서 가능했던 게 콩코드였고, 전투기 중에서는 F-15나 F-22 같은 기체들이 가능했어요. 진짜 끝판왕은 NASA의 SR-71 블랙버드였어요. 이 기체는 시속 3,500km 이상으로 날아서 해를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쪽에서 해가 뜨게 만드는 괴물 같은 존재였어요.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었어요. 방향은 무조건 완전한 서쪽이어야 했어요. 조금이라도 북쪽이나 남쪽으로 틀어지면 지구 자전 속도를 완전히 상쇄하지 못해서 결국 밤이 찾아오게 되어 있었어요. 이 비행은 속도만큼이나 각도가 중요한거죠.

팰팍에서 노을을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밤을 영원히 피하려면 전투기를 빌리거나 북극으로 이사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우리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시속 천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우주를 돌고 있었어요. 펠팍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그 순간에도, 지구는 쉬지 않고 돌고 있었고 우리는 그 위에 올라타 여행을 하고 있었던 거죠. 가끔 이렇게 하늘을 보며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는 것도,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어요.

오늘 밤도 그렇게 빨리 지구는 빙빙 돌면서 태양 주위를 돌거고, 그레서 내일 또 해는 떠오를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