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버겐 카운티에 위치한 작은 도시 팰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
오늘날 이곳은 뉴욕 인근에서 가장 한국다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시작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이 작은 자치구는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을까요?
그 흐름을 하나씩 짚어보면, 지금의 팰리세이즈 파크가 왜 그렇게 특별한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습니다.
1899년 3월 22일 – 하나의 도시가 태어나다
팰리세이즈 파크는 1899년 3월 22일, Ridgefield Township에서 독립해 하나의 자치구(borough)로 출범했습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허드슨 강변 절벽 지형인 Palisades Cliffs에서 따온 것인데요, 지금도 이 절벽은 지역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초기 정착민들은 주로 유럽계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당시엔 농지와 단독주택 위주로 구성된 전형적인 교외 지역이었죠.
1980년대 이후 – 한인 커뮤니티의 등장
모든 것이 바뀐 건 1980년대 이후였습니다. 미국 이민법 개정과 함께 한국계 이민자들의 유입이 활발해졌고, 팰리세이즈 파크는 뉴욕에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낮은 지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몇 가정이 시작이었지만, 입소문이 퍼지고 친지, 친구들이 하나둘씩 이사 오면서 작은 '코리안 타운'이 생겨났고, 지금의 한인 중심 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이죠.
2020년, 현재의 모습
2020년 기준, 총인구는 약 20,292명. 이 중 아시아계가 60% 이상, 그중에서도 한인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뉴저지 주 전체를 놓고 봐도, Palisades Park는 한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야말로 '한국말로 하루를 보내도 불편함이 없는 곳'. 거리엔 감자탕집이 즐비하고, 슈퍼마켓에선 고추장과 깻잎이 쌓여 있으며, 교회도 한글 간판이 대부분이죠.
경제 구조 – 한인 비즈니스가 도시를 이끈다
도시의 중간 가구소득은 약 $70,000~$80,000 수준(2020년 기준).
고소득 지역은 아니지만, 소규모 자영업 기반의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한인 중심의 상권입니다. 덕분에 이민 초기에 정착하기 좋은 도시로 여전히 인기가 높고, 한국 방문객들에겐 미국 여행 중 꼭 들러야 할 '한식 충전소' 역할도 하죠.
뉴욕과의 거리 – 일상이 통근권 안에
맨해튼까지 차로 약 20~30분 거리.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가능해 뉴욕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거주합니다. 이처럼 도심 접근성과 커뮤니티의 밀착성이 결합된 도시는 뉴저지 내에서도 드뭅니다.
주요 도로인 I-95, Route 46가 도시를 관통하며, 맨해튼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도 촘촘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퇴근은 뉴욕, 퇴근 후 삼겹살은 팰파크'가 가능한 동네죠.
Palisades Park는 단순히 한인만 많은 동네가 아닙니다. 백인, 히스패닉, 중국계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도시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안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주도적 역할을 하며 독특한 문화 정체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팰리세이즈 파크는 단순히 "한식당이 많은 동네"가 아닙니다.
이곳은 1899년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조용한 교외 도시에서, 2020년대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변모한 '이민자의 서사시'가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도시의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 문화, 정체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진짜 매력은... 한 번 거기서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