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이맘때면 소아과 대기실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마음가짐을 조금 달리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 숫자를 다시 찾아봤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보고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먼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어린이 독감 사망 280명이라는 숫자가 많이 돌아다니는데, 이건 바로 지난 시즌이 아니라 2024-25 시즌 기록입니다.
CDC 주간보고서(MMWR)에 따르면 2024-25 시즌 어린이 독감 사망은 280명이었습니다. 2004년 전국 보고가 의무화된 뒤로 2009-10 신종플루 대유행 시즌을 빼면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어린이 100만 명당 3.8명꼴이었고, 숨진 아이들의 나이 중간값은 7살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또래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제일 놀란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숨진 아이들 가운데 44%는 기저질환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천식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건강하던 아이도 독감 앞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게 숫자로 나온 셈입니다.
접종 기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접종 대상이면서 기록이 확인된 208명 가운데 89%가 접종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럼 바로 지난 2025-26 시즌은 어땠을까요. CDC 플루뷰 9월 19일 마감 주간 보고 기준으로 누적 195명입니다.
280명보다는 줄었지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게다가 늦게 들어오는 보고가 있어서 이 숫자는 조금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패턴은 비슷했습니다. 접종 대상이고 접종 여부가 확인된 사망 아동 가운데 85%가 접종을 다 마치지 못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두 시즌 연속으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 겁니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가을 접종 시기를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핵심은 10월이 다 가기 전에 끝내는 것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8살까지 아이 중에 독감 백신을 처음 맞거나, 지금까지 한 번만 맞은 아이는 두 번 맞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첫 접종 후 최소 4주 뒤에 맞습니다.
4주 간격이 필요하니 10월 말까지 마치려면 첫 접종을 서둘러야 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2차가 11월 말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이미 두 번 이상 맞아 본 아이는 올해 한 번이면 됩니다. 우리 아이가 어느 쪽인지 헷갈린다면 소아과 접종 기록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올해 1월 CDC가 어린이 독감 백신을 공동 임상 의사결정 항목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일괄 권고 대신 의사와 상의해서 맞을지 정하라는 방식입니다. 반면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생후 6개월 이상 모든 아이에게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과 의사 단체의 권고가 갈린 건 분명 낯선 상황입니다. 저는 어느 쪽 편을 들기보다 실제 숫자를 놓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든 의사와 이야기해 보라는 결론은 같습니다. 아이 건강 상태나 알레르기 이력은 집집마다 다르니 접종 전에 꼭 소아과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비용 걱정도 있으실 겁니다. 독감 백신은 예방 서비스라 대부분의 보험에서 본인 부담 없이 맞을 수 있지만, 플랜마다 다를 수 있으니 보험사에 한 번 확인해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보험이 없거나 메디케이드, CHIP에 가입된 아이라면 태런 카운티 공중보건국 클리닉을 알아보셔도 됩니다. 카운티 안 여러 곳에서 생후 6개월 이상 아이에게 독감 백신을 놓아 줍니다.
카운티 안내를 보면 상당수 클리닉이 예약 없이 방문하는 워크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시간과 장소는 수시로 바뀌니 가기 전에 카운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아기가 아직 6개월이 안 됐다면 백신을 맞힐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아기를 돌보는 가족이 먼저 맞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보호막입니다.
엄마 아빠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를 봐주시는 분까지 챙겨야 합니다. 한인 가정은 조부모님이 손주를 돌보시는 경우가 많으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텍사스 가을은 축제 철이기도 합니다. 사람 많은 행사에 아이 손 잡고 나가기 전에 접종을 끝내 두면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독감 백신이 독감을 완전히 막아 주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위험이 큰 상황까지 가는 걸 줄여 준다는 게 소아과 의사들이 해마다 접종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저라면 이번 주 안에 소아과에 전화부터 걸겠습니다. 두 번 맞아야 하는 아이라면 날짜를 거꾸로 계산해서 첫 접종 날을 바로 잡겠습니다.
280명과 195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한 집 한 집의 아이가 있습니다. 미루지 않는 것, 그게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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