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 "흐름이 아니라 정해진 순서다?"

우리는 보통 시간을 말할 때 "흐른다"는 표현을 씁니다.
"시간 참 빠르다"라든가 "세월이 흐른다" 같은 말들이죠.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정말 시간이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이미 정해진 순서를 우리가 체험하고 있을 뿐일까요?

이런 생각은 마치 영화 필름과도 비슷합니다.
필름에는 이미 모든 장면이 순서대로 존재하죠.
우리는 영사기가 비추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보고 있을 뿐.
시간도 어쩌면 그런 거 아닐까요? 이미 모든 일이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체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과학은 뭐라고 할까요?

여기서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이런 질문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왜냐고요?

시간의 순서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에 있는 당신에게는 사건 A가 먼저 일어나고,
사건 B가 나중에 일어났다고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빛처럼 빠른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지나가는 외계인에게는
거꾸로 사건 B가 먼저 일어나고, A가 나중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이걸 "동시성의 상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정해진 순서"라는 게 누구한테 정해졌다는 걸까요?
관찰자에 따라 순서가 뒤바뀐다면,
과연 '순서'라는 게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인식은 왜 '흐름'을 느낄까?

재미있는 건, 뇌는 시간이 흐른다고 믿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변화를 보고,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고,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 속에 살죠.
만약 시간에 흐름이 없다면, 이런 모든 경험도 무의미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어제보다 오늘을, 오늘보다 내일을 다르게 느끼고 살고 있죠.
이건 뇌의 정보 처리 방식 때문인데요,
뇌는 감각 자극을 연속적으로 처리하면서,
'변화'와 '차이'를 통해 시간을 인식합니다.

한마디로, 시간의 흐름은 어쩌면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생생한 현실이라는 거죠.

정말 모든 일이 정해져 있을까?

"정해진 순서"라는 말은 사실상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뜻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걸 철학에서는 결정론(Determinism)이라고 부릅니다.

"네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도 이미 정해져 있었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우주 어딘가에 답이 있어!"

이런 주장이죠.

하지만 과학은 또다시 "잠깐!" 하면서 손을 듭니다.
바로 양자역학 때문입니다.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세상은 순전히 확률로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전자 하나의 위치도 확률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조차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죠.
이걸 보고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의 근본은 우연이다!"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이미 정해진 순서라는 주장,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죠?


결국, 시간은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는 걸까요?

철학적으로야 어느 쪽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지금으로선 "시간은 흐른다" 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있어요.

우리가 느끼는 시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선택이 존재한다는 믿음.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은 그냥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필름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필름의 다음 장면이 새로 써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