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다는 어바인, 과연 은퇴 후에도 괜찮은 선택일까 - Irvine - 1

은퇴를 코앞에 두고 나니까,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은퇴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덜 불편하게 늙어갈 수 있느냐 생각해 보게 되는겁니다.  그걸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Irvine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 도시는 원래 젊은 가족,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인공인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65세 이상 시니어가 전체의 10~12% 정도 된다고 하는데, 체감상 더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은퇴하고 들어오는 분들도 있고, 자식 따라 합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그 흐름 안에 서 있는 사람 중 하나고요.

일단 여기 살면서 제일 먼저 느낀 건 "안전하다"는 겁니다.

밤에 혼자 산책 나가도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는 도시가 아닙니다. 이 나이 되면 이런 게 크게 다가옵니다.

젊을 때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압니다. 치안이 좋다는 건 그냥 편한 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바꿔버리는 요소라는 걸요.

시니어 프로그램도 꽤 잘 돼 있습니다. Irvine Senior Center 같은 데 가보면, 운동부터 미술, 영어 수업, 점심 프로그램까지 별게 다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데까지 가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가보면 사람 냄새 납니다. 웃고 떠드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게 하루를 버티게 합니다.

그리고 이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ACCESS OC 같은 교통 서비스도 있어서 병원이나 마트 가는 데 큰 부담은 없습니다.

주거 쪽은 솔직히 만만치 않습니다. 어바인이라는 동네가 원래 집값이 센 곳인데, 시니어 시설도 예외 없습니다.

독립형, 생활 보조형, 기억력 케어까지 다 갖춘 Vi at Irvine 같은 곳은 좋긴 한데, 월 비용이 4천에서 많게는 만 달러 넘게 갑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캘리포니아 보건부 검사 기록 같은 건 꼭 확인하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돈 많이 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니까요.

의료 쪽은 확실히 강점입니다. 가까운 곳에 Hoag Hospital Irvine도 있고, UCI Medical Center 같은 큰 병원도 있습니다.

Medicare 되는 곳도 많고, 한인 의사들 있는 병원 가면 한국말로 편하게 진료 볼 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외로움입니다.

와이프랑 사별한 저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돈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집 좋고, 동네 좋고, 병원 가까워도 사람 없으면 무너집니다. 그래서 한인 교회 모임이든, 노인 단체든, 시니어 센터 프로그램이든 일부러라도 나가야 합니다. 귀찮아도 나가야 합니다.

요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은퇴라는 게 끝이 아니라, 장소를 다시 고르는 문제라는 거.

죽을때까지 어디서 늙을지, 누구랑 시간을 보낼지 그걸 결정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어바인은 분명히 좋은 은퇴도시 중 하나입니다. 다만 조건이 주변 환경과 잘 연결되어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어바인 같이 살기 좋은 도시라도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