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이잖아요. 크리스마스도 다음주이고. 원래 이때쯤이면 괜히 들뜨고, 약속 하나에 바쁘게 옷이랑 어떻게 화장하고 나가지 생각하고 그래야 정상인데,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그렇고 그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하기만 합니다.

다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연락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어바인처럼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동네에 살아도 데이트할 만한 남자가 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냥 제가 까다로운 걸로 몰아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연애 환경 자체가 어딘가 크게 고장 난 느낌입니다.

모태솔로 얘기 나오면 다들 "연애를 안 해봐서 그래"라고 쉽게 말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진짜 무서운 건 연애를 '못 한' 게 아니라 연애를 하게 만드는 감각이 점점 사라진다는 거예요. 흔히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하잖아요... 호감이 생기는 순간이 와야 하는데 그 순간 계산을 하게 되니까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할 가능성은 있는지, 지금 내가 연애할 여유가 있는지, 시작했다가 애매해지면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닌지, 괜히 상처만 받는 건 아닌지 이런 게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설렘이 올라오기도 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버립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정말 줄어듭니다. 연애 경험이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에 이상한 질문이 자리 잡습니다. "나 진짜 매력 없는 사람인가?" 이 질문이 한번 들어오면 SNS가 더 치명적입니다. 주변은 연애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결혼 얘기하고, 여행 가고, 기념일 챙기고 난리인데 저는 별일이 없습니다. 남들 얘기 들을 때마다 억지로 웃고 맞장구치는데, 집에 돌아오면 현타가 밀려옵니다.

거기에 커리어 불안감까지 같이 붙습니다. 연애를 안 해봤다는 사실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이 나이에 아직도 연애를 시작할 타이밍조차 못 잡고 있다는 조급함입니다. 일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경력 쌓아야 하고, 미래 대비해야 하고, 이렇게 살다 보면 연애는 늘 다음으로 밀립니다.

그런데 또 막상 다음으로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커집니다. 결국 모태솔로는 연애를 못 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시간이 나만 빼고 지나가는 것 같아서 불안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건 한국이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비슷해 보입니다. 겉으로는 개인주의, 자기계발, 자유를 말하는데, 속으로는 성별 간 불신이 너무 깊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 여자는 항상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너무 쉽게 굳어졌고, 그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눈치를 봅니다. 그러다 보니 연애는 괜히 시작했다가 관계가 꼬일까 봐 차라리 혼자가 낫다는 결론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더 웃긴 건 이 와중에 연애 시장이 더 극단적으로 쏠린다는 점입니다. 상위권 외모, 상위권 재력, 상위권 성격까지 다 갖춘 극소수에게만 관심이 몰리고, 인스타 DM도 거기로만 갑니다. 중위권 이하, 그러니까 대부분은 레이더에서 사라집니다. 예전에는 노력하면 기회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태어날 때 받은 조건이 거의 전부가 된 느낌입니다.

결국 남는 건 뭐냐면요. 연말인데도 별일 없는 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도 심쿵 이벤트 하나 없이 넷플릭스 켜고, "그래 나 혼자 잘 살면 되지"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화가 나는 30대 미혼 여자입니다. 이게 진짜 제 개인 문제인지, 아니면 이상한 규칙과 분위기만 남겨놓고 "요즘 애들이 문제야"라고 말하는 기성세대가 만든 결과인지...  그냥 스트레스만 계속 쌓이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