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서 패트리어츠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건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오늘은 당당하게 가슴 펴고 걷고 있습니다.

뉴요커면서도 패트리어츠 팬으로써 어제 덴버에서 열렸던 그 '진흙탕 눈싸움' 같았던 승부를 이야기 해 보죠.

어제 2026년 1월 25일, 덴버 마일 하이 구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십 보셨습니까?

이건 미식축구가 아니라 거의 캐나다 동계 스포츠 중계 수준이었어요.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눈은 시야를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데... 솔직히 뉴욕 펍에서 맥주 한잔하며 지켜보던 저도 손에 땀이 나더군요.

결과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10 : 7 덴버 브롱코스.

힘든 경기였다는게 이 단출한 스코어만 봐도 감이 오시죠?

요즘 NFL이 아무리 화끈한 공격 축구 시대라지만, 어제 같은 날씨엔 다 소용없더라고요.

덴버의 자렛 스티드햄도, 우리 드레이크 메이도 공이 얼어붙어서 패스하는 족족 허공을 갈랐죠. 메이가 던진 야드가 겨우 86야드라니, 평소 같으면 욕부터 나왔겠지만 어제는 달랐습니다.


메이는 패스 대신 발로 뛰며 65야드를 전진했고, 2쿼터엔 직접 엔드존으로 돌진해 팀의 유일한 터치다운을 만들어냈죠.

"그래, 쿼터백은 일단 이기고 봐야지"라는 제 지론에 딱 맞는 영리한 플레이였습니다.

사실 이번 승리의 일등 공신은 수비진입니다. 마이크 브레이블 감독이 부임 첫해에 사고를 쳐도 제대로 쳤어요.

덴버가 1쿼터에 선제 터치다운을 찍었을 땐 '역시 눈내리는 덴버 홈구장 원정은 힘든가' 싶었는데, 그게 그들의 마지막 득점일 줄이야.

특히 4쿼터 막판, 덴버의 윌 루츠가 동점 필드골을 차려고 할 때 레너드 테일러가 그걸 블락해버리는 순간 냅다 소리 지를 뻔했습니다. 마무리는 크리스티안 곤잘레스의 인터셉트였죠. 뉴욕에 있는 저에게도 덴버 팬들의 침묵이 느껴지더군요.

뉴욕에서 패츠 팬으로 산다는 건 톰 브래디의 영광에 취해 사는 노병 같은 기분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겠네요. 7년 만의 수퍼보울 진출, 그것도 덴버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리고 얻어낸 티켓입니다. 2월 8일 산타클라라에서 만날 상대는 시애틀 시호크스. 11년 전 그 전설적인 승부의 재림이죠.

안 풀리는 날씨 속에서도 어떻게든 발로 뛰어 결과를 만들어내는 메이를 보며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제 자신을 다독여봅니다.

자, 이제 수퍼보울입니다. 패츠 팬들, 2월 8일엔 다들 어디서 모일 건가요?

제가 아는 '비밀 아지트' 같은 스포츠 바 정보가 필요하시면 슬쩍 알려드릴게요.

Go Pats! Let's get that Lombar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