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런스의 대표 부촌 지역은 어떤 지역인가요? - Torrance - 1

Torrance 이야기 할때 "어디가 살기 좋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웨스트 토런스(West Torrance)와 사우스 토런스(South Torrance)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두 가지로 결정된다.

학군과 출퇴근 거리. 토런스가 LA 메트로 안에서 한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이 두 변수의 균형이 절묘하기 때문이다.

웨스트 토런스부터 보자. 레돈도 비치(Redondo Beach)와 맞닿아 있고, 단독 주택들이 넓은 부지에 깔끔하게 들어서 있다.

거리가 조용하고 안전하다는 표현이 부동산 매물 설명에 자주 나오는데, 그게 빈말이 아니다.

이 동네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안다. 차 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들리는 동네다.

학군은 웨스트 고(West High). 한인 학부모들이 토런스 통합학군(TUSD) 중에서도 선호하는 학교다.

가격은? 단독주택 기준 120만~200만 달러대가 흔하다. "그게 뭐가 부촌이야"라고 할 수 있는데, 위치, 학군, 부지 사이즈를 고려하면 이 가격대가 합리적인 선이다.

비교 대상이 팔로스 버디스(300만~600만 달러 그리고 1000만달러대 매물도 있음)면 오히려 가성비로 보인다.

사우스 토런스는 좀 다른 매력이 있다. 지형이 팔로스 버디스 반도 쪽으로 슬슬 올라가는 경계선에 걸쳐 있어서, 언덕 위 집들은 조망이 트이고 부지도 더 넉넉하다.

학군은 사우스 고(South High) 배정 구역. 팔로스 버디스 학군이나 채드윅 스쿨(Chadwick School)로 자녀를 보내려는 가정들도 이 동네를 노린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그림자 효과"다. 본인이 팔로스 버디스 안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팔로스 버디스의 인프라와 분위기를 일부 빌려 쓰는 위치.

가격은 130만~180만 달러대가 일반적이라 팔로스 버디스 본체보다 한참 합리적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프리미엄 자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자산은 늘 흥미로운 거래 대상이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다. "사우스 토런스"라고 다 같은 사우스 토런스가 아니다.

같은 zip code 안에서도 한 블록 차이로 학교 배정이 갈리고, 가격이 수십만 달러씩 차이 난다. 부동산 광고에 "사우스 토런스"라고만 써 있다고 다 같은 줄 알고 사면, 나중에 학군 배정 통지서 받고 뒷목 잡는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토런스의 대표 부촌 지역은 어떤 지역인가요? - Torrance - 2

여기서 한 가지 더. 올드 토런스(Old Torrance) 인근에서 미드센추리(mid-century) 양식 주택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서 시장에 내놓는 케이스가 꾸준히 있다. 가격은 웨스트나 사우스보다 살짝 낮지만, 인테리어 퀄리티가 높은 매물은 100만 달러 후반까지 부른다.

이건 취향의 문제다. 1950~60년대 캘리포니아 모던 건축의 미감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신축보다 매력적이다.

지붕 라인 낮고, 통창 크고, 차고가 집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그 느낌. 다만 리모델링 매물은 표면만 다듬고 배관이나 전기 같은 본질을 안 건드린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인스펙션 단계에서 깐깐하게 봐야 한다. 페인트 새로 칠하고 부엌 캐비닛만 바꾼 집에 50만 달러 프리미엄 붙어 있는 경우, 이거 BS다. 안 속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보자. 토런스 부촌은 다음 조건의 한인 가정에 맞는다.

첫째, 아이 학군이 1순위인 가정. 둘째, 팔로스 버디스 가격대는 부담스럽지만 사우스베이는 떠나기 싫은 가정. 셋째, 한인 인프라(마켓, 학원, 교회, 한식당)가 차로 10분 안에 있어야 하는 가정. 이 세 조건이 다 맞으면 웨스트 토런스 또는 사우스 토런스가 거의 정답에 가깝다.

반대로 이런 분들한테는 추천 안 한다. "조망 끝내주는 집"을 원하는 사람은 그냥 팔로스 버디스 가는 게 낫다. 출퇴근이 다운타운 LA나 산타모니카면 매일 405 프리웨이에서 인생 갉아먹는다. 아이가 다 컸고 학군이 의미 없으면, 굳이 이 가격대 토런스를 살 이유가 없다. 헤르모사나 맨해튼 비치 쪽이 라이프스타일은 더 좋다.

마지막으로. 토런스 부촌 매물은 오프 마켓(off-market) 거래 비중이 의외로 높다. MLS에 올라오기 전에 한인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먼저 도는 매물이 꽤 있다. 그래서 좋은 매물 잡으려면 그 동네를 오래 다룬 한인 에이전트랑 미리 관계를 만들어두는 게 핵심이다.

"좋은 집 나오면 연락 주세요"라고 한 번 말해놓고 6개월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는 고객한테 에이전트가 핫딜을 흘릴 리가 없다. 이건 부동산이라기보다 인간관계 게임이다. 텍사스에서 집을 두 번 사고팔며 내가 배운 것 중 하나도 이거다. 좋은 에이전트는 고객을 줄 세워 놓는다. 그 줄에서 앞에 서야 좋은 매물이 온다.

그래서 내 생각은 토런스 부촌은 팔로스 버디스 같은 "끝판왕 부촌"은 아니다. 그러나 학군, 안전, 한인 커뮤니티, 가격의 네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는 사람에게 이만한 동네는 사우스베이에 거의 없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실용적이고, 자랑할 동네는 아니지만 살기 편한 곳. 미국에서 자녀 키우는 1세대 한인 가정의 가장 현실적인 프리미엄 선택지라고 본다.

다만 잊지 말자. 부동산은 타이밍과 정보다. 동네가 좋다고 아무 때나 들어가도 되는 게 아니다. 금리 사이클, 매물 inventory, 학군 변화 같은 변수를 같이 보지 않으면, 좋은 동네에서 비싸게 사고 후회하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결국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동네를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를 잘 읽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