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와 뉴욕의 공원들, 도심 속 자연의 기적 - New York - 1

뉴욕 하면 사람들은 보통 빌딩숲부터 떠올립니다. 타임스스퀘어, 노란 택시, 지하철, 정신없는 사람들.

그런데 막상 뉴욕에서 조금 살아본 사람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뉴욕은 의외로 공원이 많은 도시다"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맨해튼 같은 데서 하루 종일 콘크리트 건물 사이만 걷다 보면 사람 숨 막힙니다. 그래서 뉴요커들이 그렇게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에 집착하는 이유를 나중엔 이해하게 됩니다.

센트럴 파크는 그냥 동네 공원 수준이 아닙니다. 맨해튼 한가운데에 거대한 녹지를 억지로 박아 넣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면적이 약 840에이커인데, 뉴욕 땅값 생각하면 지금 시대에는 사실상 다시 만들 수 없는 공간입니다. 1858년부터 조성됐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 "도시 안에 이런 거대한 공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보가 설계했는데, 지금 보면 뉴욕 도시 구조 자체를 바꿔놓은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처음 센트럴 파크 가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합니다. "여기가 진짜 맨해튼 맞아?" 고층 빌딩들 사이 걷다가 갑자기 숲길 나오고 호수 나오고 다람쥐 뛰어다닙니다. 더 몰(The Mall) 같은 산책길은 영화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실제로 가면 괜히 익숙한 느낌도 듭니다.

베데스다 테라스 주변은 항상 관광객들 사진 찍느라 바쁘고, 스트로베리 필즈(Strawberry Fields) 쪽은 아직도 존 레넌 팬들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리고 뉴욕 사람들 정말 공원 활용 잘합니다. 한국에서는 공원 가면 그냥 산책 정도 생각하는데, 뉴욕은 다릅니다.

아침엔 조깅하는 사람들, 점심엔 잔디밭 누워 있는 직장인들, 저녁엔 자전거 타는 사람들까지 하루 종일 공원이 돌아갑니다.

센트럴 파크와 뉴욕의 공원들, 도심 속 자연의 기적 - New York - 2

여름 되면 그냥 잔디밭에 누워 책 읽는 사람 천지입니다.

처음엔 "저렇게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고?" 싶었는데, 뉴욕처럼 정신없는 도시에서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겨울 되면 Wollman Rink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또 분위기 바뀝니다. 영화에 나오는 뉴욕 겨울 장면 거의 여기서 찍었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사람도 엄청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뉴욕은 뭘 해도 결국 돈 이야기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파크(Prospect Park)도 꽤 좋습니다. 센트럴 파크 설계자가 만든 곳이라 분위기가 비슷한데, 관광객은 조금 덜해서 현지 주민들은 오히려 이쪽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름 되면 야외 콘서트 열리고 가족 단위 피크닉도 많습니다. 브루클린 특유의 힙한 분위기가 섞여 있어서 또 느낌이 다릅니다.

한인들 많이 사는 플러싱 근처에는 플러싱 메도우즈-코로나 파크(Flushing Meadows-Corona Park)가 있습니다.

여긴 세계박람회 열렸던 장소라 유니스피어(Unisphere) 구조물이 유명합니다. 한국 가족들도 많이 갑니다. 주말 되면 한인 부모들이 애들 데리고 공 차고 자전거 타는 모습 쉽게 보입니다. 사실 뉴욕 한복판에서 이렇게 넓은 공간 있다는 것 자체가 꽤 귀합니다.

리버사이드 파크(Riverside Park)는 허드슨강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데, 여기서 강 보면서 걷다 보면 뉴욕이 또 다르게 보입니다. 맨해튼은 워낙 정신없다 보니 강변 공원에서 잠깐 숨 돌리는 느낌이 필요합니다. 뉴욕 사람들 성격 급하다고들 하는데, 공원 가보면 또 다들 느긋하게 앉아 있습니다. 좀 신기합니다.

브롱크스 쪽 펠햄 베이 파크(Pelham Bay Park)는 규모가 엄청 큽니다. 뉴욕 최대 공원인데, 하이킹 코스부터 골프장, 해변까지 다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데 보면 뉴욕이 단순히 빌딩 도시만은 아니라는 생각 듭니다.

결국 뉴욕 공원의 진짜 의미는 "도시 속 탈출구" 같습니다. 집값 비싸고 사람 많고 지하철 복잡하고 스트레스 심한 도시인데, 그래도 공원 들어가면 잠깐 숨통이 트입니다. 뉴욕 사람들이 괜히 작은 잔디밭 하나에도 집착하는 게 아닙니다. 이 도시에서는 녹지가 그냥 휴식 공간이 아니라 생존 공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