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스퀘어 광장, 정확히 말하면 Times Square은 신년 이야기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는 장소다.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12월 31일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평소엔 네온사인과 광고판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업의 상징인데, 신년 전야만큼은 전 세계가 동시에 숨을 고르는 무대가 된다.

뉴욕 신년 행사의 시작은 단순하다. 밤 11시 59분, 모두가 알고 있는 그 공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하지만 그 한 순간을 위해 하루 종일, 어떤 사람들은 아침부터 자리를 잡는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면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음식과 물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화장실 문제도 각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진짜 뉴요커는 집에서 TV로 본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아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만 명이 타임스퀘어로 모인다. 이유는 거기에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같은 순간에 환호성을 지른다. 언어가 달라도 어디서 왔든 상관없이 숫자 열부터 하나까지는 모두가 같은 언어로 연결된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들떠 있다. 음악이 계속 나오고 화면에는 유명 가수와 공연 장면이 번갈아 나오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결국 머리 위에 매달린 공으로 돌아간다.


그 공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면 광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가까운 집중 상태가 된다. 그리고 0이 되는 순간, 색종이와 함께 폭발하듯 터지는 함성. 그 짧은 순간 때문에 몇 시간을 서 있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신년 행사가 끝난 뒤의 타임스퀘어는 또 다른 풍경이다. 바닥에는 색종이가 수북이 쌓이고,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으며 웃는다. 몇 분 전까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방금 전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뉴욕이 가진 힘은 이런 장면에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뉴욕 스퀘어 광장의 신년 행사는 축제라기보다 의식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한 해를 버텼다는 확인, 그리고 또 한 해를 시작한다는 선언 같은 것. 화려한 불꽃놀이나 퍼레이드보다, 단 하나의 공이 떨어지는 단순한 장면이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타임스퀘어의 신년 행사는 불편하다. 춥고, 오래 서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매년 다시 모인다. 아마도 뉴욕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건, 이 도시가 가진 에너지 한가운데에 잠깐이라도 서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1월 1일이 되면 타임스퀘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뉴욕의 새해는 그렇게 매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