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인생의 한 장면처럼 남는다. 첨밀밀 이야기 - Philadelphia - 1

여러분은 "인생 영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가끔 영화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을까? 하는 작품들.

스토리 좋고, 배우 연기도 너무 좋고, 음악까지 완벽하게 어울리는 영화.

어느 한 요소만 좋아서는 이런 느낌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독, 극본, 배우, 음악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그런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서 그런 영화는 딱 두 편입니다.

하나는 Sound of Music이고, 또 하나는 홍콩 영화 첨밀밀입니다.

장르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지만 이상하게 두 영화는 같은 종류의 감정을 줍니다.

저는 첨밀밀 이 영화를 뉴욕에 살때 처음 봤습니다. 그때 이민 생활이 막 시작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공기. 그 시기에 첨밀밀을 보게 되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슬픈 장면이 나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민자의 감정을 너무 정확하게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닙니다. 도시를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그리고 또 뉴욕으로 흘러가는 삶. 새로운 도시에서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요소는 역시 음악입니다.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둘 다 등려군의 맑은 음색으로 부르는 멜로디인데도 묘하게 쓸쓸합니다.

특히 월량대표아적심은 영화 장면과 노래가 겹치는 순간, 가슴이 찡해지는 그런 감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팩트하나 - 등려군이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노래가 더 특별하게 들립니다.

요즘 영화 산업은 기술적으로 정말 대단합니다. CG도 훌륭하고 촬영 기술도 놀랍습니다.

하지만 왜 예전 영화처럼 음악과 이야기, 배우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만나기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필라델피아에서 살다 보면 가끔 혼자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밤이 있습니다.

그런 밤에는 첨밀밀을 다시 보곤 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예전에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사람마다 인생 영화가 하나쯤은 있다고 합니다. 제게는 첨밀밀. 버릴 장면 하나 없고, 버릴 음악 하나 없는 영화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