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서 살다 보면 일상적으로 보게되는 도시의 상징이 있습니다. 바로 LOVE Park에 놓인 LOVE 조각상입니다.

붉은 색, 파란 색, 녹색이 섞인 단순한 글자 조형물인데, 이 작은 조각 하나가 이 도시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긴 필라델피아야"라고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이 조각상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정체성과 감성을 보여주지요.

처음 LOVE Park을 지나가면 조각상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미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 있는 관광객들, 주변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직장인들, 근처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들까지 모두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따뜻합니다.

LOVE 조각은 예술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작품인데, 단순한 네 글자가 기하학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큰 L과 O가 위에, V와 E가 아래에 놓이는데, 'O'가 삐딱하게 눕혀져 있어 자연스럽게 균형을 깨뜨린 듯 보이면서도 그 비틀림 덕분에 전체가 완성됩니다. 이 '기울어진 사랑' 덕분에 LOVE 조각은 단순한 글자 나열이 아니라 감정을 품은 예술이 되었고, 이 도시는 그 감정과 함께 걸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LOVE Park 근처는 늘 사람 냄새가 납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근처 사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음식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고,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하는 학생들, 프리랜서인지 오피스가방 대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계속 섞입니다. 그러다 누군가 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옆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카메라를 들어 대신 찍어주기도 하고요.

이 공원은 한때 노숙자 이슈, 스케이트보드 규제 논쟁, 시설 공사 문제 때문에 논란도 많았습니다. 완벽한 공원도 아니고, 완벽한 도시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방식 자체가 필라델피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너무 깨끗하게 꾸미려고 하면 오히려 매력이 사라지고 사람 냄새가 나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LOVE 조각상은 필라델피아를 더 로맨틱하게 만든다는 말보다, 이 도시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정직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삐딱하고, 다르면서도 공존하고, 누구든 함께 섞일 수 있는 공간. 화려하게 꾸며진 도시가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동이 이 조각 앞에서 만들어집니다.

LOVE Park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냥 벤치에 앉아 오후 햇살을 즐기다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이 작은 네 글자 앞에서 잠시 멈춰 자신만의 기억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기억들이 이 조각을 진짜 도시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