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미국 가정의 크리스마스는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차안에서 듣는 라디오에서 캐럴은 여전히 흘러나오는데 분위기는 예전이랑 다릅니다.

뭐 요즘 미국에서 역대로 소고기값이 비싸졌다는 말들도 많지만 진짜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1975년 크리스마스 사진을 보면 거실엔 커다란 트리, 가족들은 다 같이 소파에 모여 앉아 있고, 테이블엔 칠면조랑 햄이 넘쳐나고,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선물 포장을 뜯고 있습니다. 뭐 한국도 소박하지만 비슷하게 따뜻한 풍경이 있었죠.

그런데 2025년 크리스마스는 그런 풍경이 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뭐가 바뀌었는지 현재 2025년 크리스마스 풍경들을 한번 이야기해 보죠.

첫 번째는 크리스마스 저녁에 각자 휴대폰만 보고 앉아 있는 가족 풍경입니다. 1975년엔 전화도 거실 벽에 붙어 있었고 전화 오면 온 집안이 "전화 왔다" 하며 불러댔습니다. 그런데 2025년엔 가족이 같은 소파에 앉아 있어도 각자 다른 세계에 접속해 있습니다. 아버지는 유튜브로 NFL 하이라이트 보고, 어머니는 틱톡으로 요리 영상 넘기고, 아이들은 게임 스트리밍 보고 있습니다. 서로 말은 안 섞지만 이게 2025년식 크리스마스 식탁 분위기입니다.

두 번째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1975년에는 장난감, 자전거, 스웨터, 손수 짠 목도리가 주력 상품이었습니다. 2025년엔 현금, 기프트카드, 구독권이 주인공입니다. 넷플릭스 1년권, 스포티파이, 게임 패스, 심지어 "이거 내가 대신 결제해 줄게"라는 구독 대행권도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트리 밑에서 포장을 뜯는 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계정 로그인하면서 "고마워요"라고 말합니다. 트리는 그대로인데 진짜 선물은 인터넷으로 오고 갑니다.

세 번째는 크리스마스 식탁의 구조 붕괴입니다. 1975년엔 크리스마스 디너가 행사 자체였습니다. 칠면조 굽고, 햄 자르고, 감자 으깨고, 소스 끓이고 하루 종일 부엌이 전쟁터였습니다. 2025년엔 배달 앱이 메인 셰프입니다. 중국 음식, 타코, 한국 치킨, 스시가 한 테이블에 같이 올라옵니다. 크리스마스니까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면서도 "이거 어디서 시켰지?"가 대화의 핵심입니다.

네 번째는 산타의 실직 위기입니다. 1975년엔 아이들이 진짜로 산타를 믿었습니다. 2025년 아이들은 AI도 믿고, 유튜버도 믿고, 메타버스도 믿지만 산타는 잘 안 믿습니다. 이미 5살부터 "엄마 아빠가 사준 거지?" 하고 바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요즘 산타는 아이보다 어른을 더 즐겁게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회사 파티, 몰 이벤트, 사진 촬영용 캐릭터입니다.

다섯 번째는 크리스마스가 가족 행사라기보다 휴가 관리 프로젝트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1975년엔 다 같이 집에 모였습니다. 2025년엔 "누구는 멕시코, 누구는 플로리다, 누구는 집콕"입니다. 단톡방에서 "우리 24일에 영상통화 하자"로 마무리됩니다. 크리스마스는 만나는 날이 아니라 일정 조율의 결과물입니다.

이렇게 보면 2025년 크리스마스는 분명히 50년 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따뜻한 냄새 대신 와이파이가 흐르고, 트리 밑에는 포장 상자보다 알림 메시지가 많고, 가족 모임은 사진 찍고 바로 각자 폰으로 흩어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연말에 잠시라도 숨 돌리고, 서로 안부 묻고, "올해도 고생했다"라고 말하는 이 느낌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살아 있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유지되는데 겉모습만 시대에 맞게 변한 셈입니다.

1975년의 크리스마스가 난로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밤이었다면, 2025년의 크리스마스는 충전기 옆에서 각자 스크롤 내리는 밤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