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e: Part Three 영화가 나올거라는데 벌써 기대가 되는 이유  - Portland - 1

DUNE 3편이 올해 12월 18일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프랭크 허버트도 티모시 샬라메도 아니었다.

거의 삼십 년 전, 플로피 디스크 네 장에 담겨 있던 Dune II 게임. 내가 DUNE을 알게 된 건 소설이 아니라 이 게임이었다.

스파이스라는 게 왜 중요한지도 몰랐다. 그냥 모래 위에서 하베스터를 끌고 다니며 AI를 상대로 기지를 지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 사실은 RTS라는 장르 전체의 문을 연 작품이었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Dune II는 단순히 듄 소설의 게임판이 아니다.

이 게임은 자원 채집, 기지 건설, 실시간 유닛 운용, 포그 오브 워까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RTS의 모든 문법을 처음으로 하나의 틀 안에 묶어놓았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가 이 게임의 애셋을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는 건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이야기고, 웨스트우드 본인들도 이후 커맨드 앤 컨커를 만들면서 이 공식을 다듬어 갔다.

스타크래프트가 피시방의 왕이 되기까지의 긴 족보가 있다면 그 맨 위에 쓰여 있는 이름이 Dune II다.

전 세계 판매량이 25만 장 남짓이라 당시 기준으로도 초대박은 아니었지만, 이 한 편이 그 후 수십 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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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추억 때문인지, 2021년 드니 빌뇌브 감독이 듄 1부를 내놨을 때 어릴 적 내가 픽셀로 만나던 아라키스가 멋있게 영화로 나와 있었다.

흥행은 팬데믹 와중에도 4억 달러를 넘겼고, 2024년 2부는 북미 2억 8천만 달러, 전 세계 7억 1천5백만 달러를 찍으면서 2024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제작비 1억 9천만 달러짜리 영화가 투자 대비 276퍼센트의 수익을 돌려준 셈이다. 아카데미에서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을 가져갔고 작품상까지 후보에 올랐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프랜차이즈가 이 정도로 크게 될 줄은 몰랐다.

SF 장편 영화, 그것도 철학적이고 느린 속도의 원작을 두 시간 반짜리 아트하우스 블록버스터로 풀어내는 기획을 헐리우드가 이렇게 환영할 줄 정말 몰랐다.

그리고 3편이 오고 있다. 공식 타이틀은 Dune: Part Three. 원작은 허버트의 1969년작 듄 메시아다.

주연부 촬영은 작년 7월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해 11월 11일에 마무리됐고, 지금은 후반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재밌는 건 감독이 이번에는 70밀리 필름으로 대부분을 찍었다는 점이다.

사막 장면만 아이맥스 디지털로 촬영했는데 빌뇌브는 디지털 특유의 잔혹함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감독도 기존 그리그 프레이저에서 린누스 산드그렌으로 교체됐다. 음악은 거장 한스 짐머가 또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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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이 암살자 스카이탈로 새로 합류했고, 제이슨 모모아의 아들 나코아-울프 모모아가 폴과 차니의 아들 레토 2세로 데뷔한다는 것도 관심 포인트다.

그리고 폴 아트레이데스의 여동생인 Alia Atreides역으로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온다고 한다. 안야 테일러 조 는 이 영화에서 Abomination이라 불리며, 태어나기 전부터 수많은 조상의 기억과 지식을 공유하는 강력한 예지력을 가진 인물로 나올것이다.

나는 이번 3편이 진짜 흥미로운 이유가 많이 있을거라고 예상한다.

빌뇌브가 직접 말했듯이 1부는 관조, 2부는 전쟁 영화였다면 3부는 스릴러, 더 단단하고 더 긴장감 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한다. 원작 메시아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소설은 전편의 영웅을 스스로 해체하는 작품이다.

메시아가 된 폴 아트레이데스가 자기 손으로 일으킨 성전이 우주 전체에 수백억 명의 목숨을 가져갔다는 대목을 마주하는, 그 서늘한 파열음. 샬라메 본인도 폴이 자신의 최악의 환영이 되어버린다고 말했고, 젠다야는 몇 년의 시간은 듄의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웅서사에 중독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어떤 감정을 남길지, 그게 진짜 볼 만한 지점이다.

개봉일 12월 18일이 마블의 어벤저스 둠스데이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도 덤으로 재밌다. 바벤하이머처럼 듄즈데이라는 별명이 벌써 돌고 있다.

두 영화 다 자기 팬층이 단단해서 서로 잡아먹는 그림은 안 나올 거라고 본다. 오히려 그 주 극장가가 올해 영화계 최고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십 년 전 플로피 디스크에 담겨 왔던 그 세계관이 지금은 아이맥스 스크린과 70밀리 필름 위에서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게 감동적이다.

12월에 극장에 앉으면 아마 또 그 먼지 냄새를 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