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미국역사가 재밌는 요즘, 문득 궁금해졌어요.
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거기서 자고, 밥 먹고, 샤워하고, 드라마도 볼까요? 그리고진짜 살기 편한 걸까요?
백악관(White House)은 그냥 행정부 청사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엄연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실제로 거주하는 집입니다.
1800년 존 애덤스 대통령이 처음 이사 들어온 이후로 줄곧 미국 대통령의 '공식 주소'로 쓰이고 있어요. 주소는 워싱턴 D.C.의 1600 Pennsylvania Avenue. 지도 앱에 찍어보면 생각보다 그냥 평범한 동네입니다. 물론 '경호'만 빼면요.
백악관은 겉보기엔 그냥 하얀 집 같지만, 안에 들어가면 얘기가 다릅니다. 방만 해도 132개, 욕실이 35개, 벽난로는 28개, 엘리베이터 3대, 주방만 5개나 됩니다. 진짜 호텔 부럽지 않죠. 그러니까 "대통령이 살기 편하냐"고 물어보면... 음... 완전 편하죠.
하지만 편한 게 그게 다가 아니죠.
진짜 '집'일까?
편하게 눕고, 치킨 배달 시켜 먹고, 뒷마당에서 쪼리 끌고 커피 마실 수 있어야 집 아닌가요?
근데 백악관은... 음, 글쎄요. 지나치게 '공식적인 공간'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서관이 "Mr. President, 브리핑 있습니다" 하고 들어오고, 오후엔 외교 회담, 저녁엔 기자회견. 거실은 거실이 아니라 기자단이 대기하는 대합실 같은 느낌이고요.
심지어 대통령은 뒷마당 잔디밭(그 유명한 사우스 론)에서 산책하거나 개 산책도 하지만, 그때도 스나이퍼들이 옥상에서 지켜보고 있어요.
마음 편하게 개똥도 치울 수가 없는 거죠.
그럼 밥은 잘 나오냐?
백악관엔 전담 요리사 팀이 있습니다. 그냥 요리사 아니고, 미국 최고의 셰프들이에요.
이들은 대통령 가족의 입맛, 건강, 심지어 외교 손님 접대용 음식까지 다 맞춤 설계해서 요리해 줍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건강식을 좋아해서 케일, 연어, 퀴노아 같은 게 자주 등장했고요. 트럼프는 햄버거와 웰던 스테이크를 선호해서 전통적인 미국식 고기 메뉴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백악관 지하엔 와인 저장고도 따로 있고, 자체 허브 정원도 있어요. 미셸 오바마가 퍼스트레이디 시절, 직접 정원 가꾸면서 채소 심은 것도 유명하죠. 그래서 밥은 아주 잘 나옵니다. 다만 마음 편히 "오늘은 치맥?" 하고 혼자 시켜 먹긴 어렵겠죠. 그 치킨도 누군가가 사전 브리핑 받고 만든 거일 테니까요.
그래서 대통령이 살기 편하냐고요?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침대는 푹신할 거예요.
✔ 밥은 미슐랭급으로 나올 거고요.
✔ 샤워는 고급 샤워기에서 나오겠죠.
✔ 그런데... 그걸 누가 몰래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대통령은 국가 최고 권력자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편한 삶을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집 안에 사생활이 거의 없고, 머리카락 한 올도 비밀이 아니니까요. 대통령 자녀들이 몰래 친구 초대하거나, 거실에서 드라마 보며 누워 있긴 쉽지 않겠죠.
그리고 백악관이 오래된 만큼, 리노베이션도 계속 필요해요. 예전엔 하수관이 막히기도 했고, 케네디 대통령 시절엔 바닥이 주저앉아서 "이 집 무너질 것 같다"며 공사 들어가기도 했죠. 최근에는 냉난방 시스템 교체도 하고, 인터넷도 업그레이드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와이파이는 잘 안 터진다는 썰도 있음.)
재밌는 건, 퇴임한 대통령들이 백악관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거예요.
대부분은 "예쁘고 멋진 곳이지만 절대 다시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합니다.
백악관은 외관상으로는 완벽한 '집'이지만, 실제로는 감시와 긴장, 정치와 전략이 뒤엉킨 가장 비공식적인 '공식 공간'입니다.
몸은 편할 수 있지만, 마음은 절대 편할 수 없는 집. 그게 바로 백악관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대통령이 화면에 나와서 웃지 않는 얼굴로 인사한다면,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그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브리핑 듣고, 저녁에 스테이크 먹으며 '내일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걱정하는 직장인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