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가끔 아주 반가운 통계를 만나게 된다. 바로 미국 청소년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고등학생의 전통적인 담배 흡연율은 2%대에 불과하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20%가 넘던 수치였는데, 이제는 단순히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나는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
왜냐하면 나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때 ‘흡연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랐던 80~90년대 한국은 그야말로 담배 천국이었다.
아버지의 손에 늘 들려 있던 담배는 가족의 일상이었고, TV 속 남자 주인공은 멋지게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학겨 친구들 중 일부는 고등학교 때부터 몰래몰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흡연’이라는 것이 뭔가 어른스러운 상징이었고, 자유로운 영혼의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어른들은 "담배 피지 마라"라고 말하면서도, 흡연에 대한 경각심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특히 미국 사회는 지난 20년간 금연 정책에 있어서는 가장 공격적이고 체계적인 나라 중 하나였다.
담배 광고는 철저히 규제되었고, 영화나 TV에서 흡연 장면을 삽입하는 것도 연령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학교에서는 흡연의 위험성을 조기 교육하고, 많은 주에서는 청소년에게 담배나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것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청소년 흡연율 2%다. 정말 놀라운 성과다.
문제는 전통적인 ‘담배’ 흡연은 줄었지만, 전자담배 사용은 여전히 청소년 사이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같은 조사에서 고등학생의 약 10%가 여전히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 나고’,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탓에 마치 무해한 취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니코틴 함량은 여전히 높고, 폐 손상이나 중독 위험성은 명확히 존재한다.
게다가 맛이 달콤하고, 디자인이 세련돼 보이다 보니 10대들에게 ‘쿨한 소품’처럼 다가가기 쉬운 구조다.
이쯤에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어떤 세대인가?”
단순히 전통 담배를 피우지 않는 세대인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니코틴이라는 중독 물질에서 자유로운 세대인가?
흡연은 단지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습관, 중독,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심리적 대처 방식까지 포함한 총체적 문제다.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외로움이 클수록, 통제받지 못할수록 흡연의 유혹은 더 커진다.
그러니 진짜 금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규제만이 아니라 대체할 건강한 대안과 따뜻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정’이다.
청소년 흡연을 줄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는 여전히 ‘부모의 태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모가 흡연자일 경우, 자녀도 흡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가정에서 금연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담배 없는 환경을 유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흡연과 훨씬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과거 아버지의 담배 연기 속에서 살았던 한 아이로서, 우리 아이는 그런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흡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단지 "담배는 나빠"라고 말하는 대신, "네 몸은 너의 가장 소중한 친구야. 그런 친구에게 해로운 건 하지 말자"고 말한다.
미국 청소년 흡연율이 줄어든다는 이 반가운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건 우리 사회 전체가 ‘더 건강한 세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 특히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유혹 앞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담배 연기 없는 세대, 중독에서 자유로운 세대, 스트레스도 건강하게 푸는 법을 배운 세대가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그 시작은 우리 어른들의 인식 변화이고, 작은 행동의 누적일 것이다.
남편도 금연중이기에 언젠가는 당당히 말하고 싶다.
“담배? 우리 집엔 그런 거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