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동부에서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그 연봉에 직장도 좋고, 가정도 화목하고 아이들도 잘 자라고, 미국에서 인생 성공하신 거네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아이들이 커나갈수록 늘 뭔가 허전하고,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어쩌다 웃고 있어도, 머릿속은 언제나 다음 할일들을 생각하느라 바쁘다.
"나는 이렇게 살다 죽는걸까? 언제 행복한 삶이 올까?"
텍사스대 경영학 교수 라지 라구나단(Raj Raghunathan)은 이런 질문에 대해 꽤나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그의 책 'If You're So Smart, Why Aren't You Happy?'는 우리 같은사람들이 왜 행복을 놓치고 사는지를 다룬다.
그는 말한다.
행복을 결정짓는 세 가지는 의외로 단순하다고.
1. 의미 있는 인간관계
2. 내가 잘하고 즐기는 일
3.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이 세 가지가 기본 욕구가 충족된 이후의 진짜 '행복 포인트'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능이 높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은 이 세 가지를 잘 못 챙긴다는 것.
왜냐고? 우린 자꾸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뛰어난 의사라고 치자. 근데 뛰어나다는 건 대체 뭘 기준으로 말하는 걸까?
논문? 강의평가? 연봉? 수술 성공률?
기준이 너무 애매하니까 사람들은 결국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쟤는 상 받았대. 나보다 낫나?"
"이번 달 인센티브는 왜 저 사람보다 적지?"
"아, 이 동료는 벌써 Ted 강연까지 했네..."
비교는 도무지 끝이 없다. 그리고 그 비교는 보통 '내가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끝나게 된다.
행복의 지속력에 관한 연구는 아주 명확하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1년 지나면 원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가는 감정 상태로 회복된다.
우리는 새로운 성과를 얻으면 일시적으로 기쁘지만, 이내 '더 큰 것'을 갈망한다.
그게 뇌의 작동 방식이다.
그래서 연봉이 올라가도, 이직에 성공해도, 논문이 실려도... 그 감정은 며칠 혹은 몇 주뿐이다.
그 다음엔?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질주가 시작된다.
결국,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산을 오르며 살아가는 셈이다.
진짜 행복은 '몰입'에서 생긴다고 연구내용을 발표한 라구나단은 말한다.
비교를 내려놓고, 그냥 내가 즐기고 잘하는 일을 깊게 파고들라고.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해 보라고.
그렇게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성과도 따라온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것이다. 핵심은 과정을 즐기는 마음이다.
그는 이것을 "dispassionate pursuit of passion", 즉 '열정을 냉정하게 추구하라'고 표현했다.
결과에 휘둘리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고소득, 전문직, 지적인 사람일수록 행복이 멀게 느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우리는 목표를 정하고, 분석하고, 계획하고, 성과를 내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에서 삶의 감정적인 균형감각을 잃기 쉽다.
행복은 경쟁이 아니라 연결에서 온다.
성과가 아니라 의미 있는 과정에서 온다.
그리고 성공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에서 비롯된다.
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인가?"
그 질문에 "그래"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진다면, 나는 진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