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정교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라는 오래된 논쟁이 불붙고 있다.

그 중심에는 루이지애나주가 있다.

작년 6월 공립학교의 모든 교실에 십계명을 포스터 형태로 게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정되었고, 올해 초부터 실제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치원부터 주립대학까지 모든 공립교육기관의 교실과 강의실에는 '크고 선명한 글꼴'로 된 십계명 포스터를 게시해야 한다.

겉보기엔 단순히 '도덕적 가르침'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법은 그러나 미국 사회 깊숙한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논쟁을 일으켰다.

미국 연방 제5순회 항소법원은 6월 20일, 이 법의 시행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판단한 핵심 이유는 명확했다. 이 법은 미국 수정헌법 1조, 즉 정부는 특정 종교를 지지하거나 설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지방 연방법원이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루이지애나주의 법 시행은 잠정 중단되었다.

이 소송은 일부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주도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프리덤 프롬 릴리전 재단, 무신론자협회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립학교는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 교리를 강제로 노출시키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단순히 '법률 위반' 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루이지애나주의 법안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정치적 의지와 깊이 맞닿아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법안이 논란이 되었을 당시 "'도둑질하지 말라'는 말이 왜 나쁘냐"며 법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며 기독교인 유권자층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런 십계명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친 세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논란은 루이지애나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칸소주는 지난 4월, 공립학교 교실과 도서관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하는 유사한 법을 통과시켰고, 앨라배마주와 텍사스주 등에서도 비슷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보수 성향의 주정부들이 문화적 보수주의를 공교육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종교 vs 비종교'의 대립이 아니다.

공립학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교육받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기독교 교리를 게시하는 것이 과연 '모두에게 안전한 학습 환경'이 될 수 있을까? 유대인, 무슬림, 불교도, 무신론자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을까?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미 1980년에 켄터키주가 추진한 유사한 십계명 게시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상고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루이지애나주의 이 법안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학교에서 적용됐는지, 법을 따르지 않은 학교에 어떤 조처가 내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자료나 통계가 부족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말하자면, 이 법은 정치적 상징성이 강했지만 현실 적용에서는 다소 모호했던 셈이다.

결국 이 논쟁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종교의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는 어디까지 종교를 교육에 포함시켜도 되는가?"

"공공 교육의 역할은 도덕 교육인가, 종교 중립인가?"

십계명이 가르치는 가치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의 방식이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순간, 그것은 신앙이 아닌 정치적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십계명은 교실에 걸 수 있을까? 법원은 지금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 판단이 바뀔지, 그리고 미국 사회는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놓고 이법안을 지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