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제일 먼저 피부로 와 닿는 게 바로 생활비 차이예요.
같은 미국 안에서도 도시마다 비용이 천차만별이라서,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어느 지역이 돈 덜 들고 살기 괜찮을까?" 하는 거죠.
저도 시카고에서 10년째 살고 있는데, 친구들은 LA에 있고 친척은 텍사스에 있다 보니 서로 생활비 비교를 하게 돼요.
그 차이가 의외로 크더라고요.
제일 큰 차이를 만드는 건 단연 렌트비와 집값이에요.
LA 같은 서부 대도시는 기후가 좋고 한인 커뮤니티가 크니까 살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렌트비가 엄청 높아요. 방 하나짜리 아파트도 위치가 괜찮다 싶으면 월 2000불은 가볍게 넘어가고, 집을 사려면 웬만한 집이 백만 불 가까이 하거나 그 이상이죠. 반면 시카고는 대도시이긴 해도 중부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편이에요.
시카고 다운타운 근처 고급 아파트는 비싸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1500불 전후로 원베드 아파트를 구할 수 있고, 집값도 LA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내려갑니다.
텍사스는 여기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해요. 특히 달라스, 휴스턴 같은 대도시는 급성장하면서도 아직 땅이 넓어서 공급이 많거든요. 그래서 방 두세 개짜리 아파트도 1200불 정도에 구할 수 있고, 집값도 전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에요.
음식비도 지역에 따라 느낌이 달라요. 사실 미국 어디서나 장바구니 물가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서 요즘은 딱히 싼 곳 찾기 힘들긴 합니다. 다만 LA는 한국 마켓이 많아서 김치, 라면, 고기, 생선 같은 한국 음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대신 가격이 비싼 편이에요.
시카고는 한인타운이 있어서 한국 음식 사기는 편하지만, LA만큼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좀 더 붙어요. 텍사스는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도 있는데, 최근엔 대도시에 H마트 같은 마켓이 들어서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다만 한국 음식이 아니라 미국 로컬 슈퍼 기준으로 비교하면 텍사스는 확실히 좀 더 저렴합니다. 특히 농산물이 저렴해서 신선한 채소나 고기를 LA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자동차 유지비. 미국은 차 없이는 살기 힘든 나라잖아요. LA는 차 문화의 도시라 도로가 넓지만 트래픽이 심하고, 보험료가 비싼 편이에요. 개스값도 캘리포니아 주 자체 세금 때문에 전국에서 제일 비쌉니다.
시카고는 대중교통이 있어서 꼭 차가 없어도 사는 게 가능하지만, 외곽 살면 차는 필수예요. 개스값은 LA보다 훨씬 싸지만, 겨울철 난방비가 추가로 나갑니다. 차 보험료는 중간 정도라 보면 돼요.
텍사스는 도심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 없이는 아예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대신 개스값이 싸고, 도로도 넓어서 운전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만 도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트래픽이 점점 심해지는 게 단점입니다.
유틸리티 비용도 살짝 다른데, LA는 겨울이 따뜻해서 난방비가 거의 안 나오지만 여름엔 에어컨을 계속 켜야 하니 전기세가 많이 나옵니다. 시카고는 겨울이 혹독해서 가스 난방비가 크게 나오고, 여름엔 습해서 에어컨도 필요해요. 그래서 1년 내내 골고루 비용이 드는 편이죠. 텍사스는 여름이 길고 덥기 때문에 전기세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대신 겨울이 짧아서 난방비는 거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LA는 기후와 한인 사회의 편리함 덕분에 살기는 좋지만 생활비가 가장 높고, 시카고는 대도시의 문화와 생활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중간 정도의 비용이고, 텍사스는 집값과 생활비가 확실히 저렴하지만 기후 적응과 교통 의존도가 높다는 차이가 있어요.
결국 어디가 더 좋은지는 본인이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 음식이 꼭 필요하다면 LA, 생활비 절약이 최우선이면 텍사스, 대도시 문화와 적당한 생활비 밸런스를 원하면 시카고가 괜찮은 선택일 수 있죠.
저도 시카고에 살면서 가끔 "LA로 갈까? 아니면 텍사스가 낫나?" 고민할 때가 있는데, 막상 따져 보면 지금 여기서 누리는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미국 이민 생활비는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할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맞아야 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