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대화재를 알아보다 보니 시카고 소방관들의 특별한 역사와 전통을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1871년 10월 8일 저녁, 시카고 남서부의 오리어리 길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어요.

당시 시카고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져 있었고, 거리는 건조한 날씨에 먼지와 톱밥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소방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던 상황이라 진화 작업은 속수무책이었고, 불은 이틀 동안 시 전역을 휩쓸며 약 3.3평방마일의 면적을 태웠어요.

그 결과 17,000채 이상의 건물이 전소되고 1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으며, 최소 300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요.

피해 규모는 당시 시카고 경제에 치명타를 주었지만, 이 대화재는 역설적으로 도시 재건과 근대화의 계기가 되었어요. 화재 이후 건축법이 대폭 강화되었고, 불에견디는 건축 자재 사용이 의무화되었으며, 소방 시스템과 장비도 현대적으로 개편됐어요.

시카고 대화재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소방 안전 기준의 토대를 마련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그 대화재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소방관들의 전문성과 끈끈한 단결력이 생겨난 거죠.

시카고 소방관들은 지금도 매년 'Great Fire Anniversary'를 기념하면서 순직한 동료들을 위한 추모식과 퍼레이드를 해요.

또 그들만의 전통 중 하나인 'Firehouse Open House'라는 날에는 소방서 문을 활짝 열고 시민들에게 장비를 보여주고, 소방차를 직접 타보게 해주고, 화재 예방 교육도 해준답니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자리예요.

복지 제도도 정말 잘 되어 있어요. 시카고 시 소방국에서는 소방관과 가족들을 위한 의료보험, 은퇴 연금,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과 치료를 위한 'Peer Support Program'이 참 유명해요. 화재 현장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동료끼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회복을 돕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도, 소방관이 겪는 위험은 피할 수 없어요.

시카고 소방관들에게 흔한 직업병으로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는데, 연기와 유독가스, 미세먼지를 오래 마시면서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COPD 같은 병이 생기기 쉬워요. 게다가 반복적으로 고열에 노출되다 보니 심혈관 질환 위험도 크답니다.

실제로 소방관 사망 원인 1위가 심장질환이라는 통계도 있어요.

부상도 정말 다양해요. 구조 활동 중에는 골절, 탈구, 화상, 근육 손상은 기본이고, 무너진 건물 잔해나 날카로운 금속에 베이는 경우도 많아요.

또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겨울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일도 흔하고요. 이런 부상들은 단순히 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후유증 때문에 다시 일로 돌아가기 힘들게 만들 때도 있대요.

그런데도 시카고 소방관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해요.

"우리는 서로를 지킨다"는 강한 사명감, 그리고 시민을 지키는 자부심이죠.

소방서 안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대요. "Everyone Goes Home" ...

모든 동료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서로를 지키겠다는 약속이에요.

저는 가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소방차를 봐요.

그 순간 그들이 향하는 곳이 얼마나 위험할지 알기에, 마음속으로 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