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이민 온지 벌써 25년이 되어가는군요. 시카고지역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틴에이저 딸 둘 키우다 보니 요즘에는 매일 드는 생각이 "내가 돈 버는 기계인가, 한 가정의 가장인가?"
하루 종일 안경을 들썩이며 숫자랑 씨름하다 보면 엑셀 셀처럼 칸칸이 정신이 나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고객들 장부 보면서 "이 사람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을 땐, 괜히 내가 더 식은땀 흘리죠.
남 일 걱정하다 정작 내 인생은 언제 정리하나 싶고요.
총각때 그리고 결혼하고도 젊었을 땐 그래도 스트레스 풀 방법이 있었어요.
친구 만나 술 한잔 하면서 담배도 좀 피우고, 어울리면서 웃다보면 스트레스 해소가 좀 되었죠.
근데 이제는 나이 50이 가까워서 술 마시면 속 쓰려서 반나절을 헤매고, 담배는 오래전에 끊어서 다시 필 수도 없죠.
건강은 지킨 것 같은데, 대신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는 중입니다. 아이러니하죠.
집에 와도 딱히 반겨주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딸 둘이 이제 15살 넘으니까 아빠는 그냥 집에 돈 벌어다 주는 ATM 정도로 보나 봅니다.
예전엔 제가 들어오면 달려와서 안기더니, 이제는 제 발자국 소리만 나도 방 문 닫는 스피드가 번개 같아요.
아내랑만 붙어 있으니, 집에서도 저는 투명인간 신세입니다. 아이폰이나 바꾸어 달라고 조를때만 이쁜짓하죠.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골든리트리버였는데, 작년에 11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꼬리 치던 녀석이 없으니까 집이 너무 조용해요.
다시 강아지를 키워볼까도 생각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럴 돈도, 정성도 자신이 없습니다.
사람한테도 잘 못하면서 개한테 잘해줄 자신이 있겠어요?
시카고 같은 대 도시에서 사는 게 늘 그렇습니다.
기회도 많고 활기도 넘치는데, 정작 내 삶은 계속 압축 파일처럼 답답하게 묶여만 가는 기분.
스트레스 풀 방법은 줄어들고, 스트레스 자체는 늘어나고. 악순환의 연속이죠.
그래도 가끔은 작은 것에서 숨통을 틉니다.
주말에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책 읽거나, 공원에 나가 혼자 걷는 거.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니지만, 저한텐 작은 피난처예요.
문제는... 걷다 보면 "아, 내 배는 왜 점점 나오지?" 이런 생각이 또 들어서 산책마저 자기비하 타임으로 바뀌곤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은 없어요.
그냥 이 나이에 깨달은 건 하나예요. 완벽할 필요는 없고, 버티는 것도 잘하는 거라는 거.
물론 저는 버틴다기보다는 대충 질질 끌려가는 중 같지만, 뭐... 그래도 아직 주저앉진 않았으니, 그걸로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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