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조디악 사인, 그러니까 별자리(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같은 것들)에 대해 얼마나 믿을까?
실제로 미국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다들 "에이 별자리야~ 그냥 재미로 보는 거지"라고 하면서도, 정작 매일 아침 스마트폰 뉴스 앱에서 별자리 운세부터 체크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거든요.
그럼 미국인들은 정말 별자리를 믿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재미 삼아' 보는 걸까요?
미국에서 조디악 사인은 이미 '문화'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조디악 사인은 미국에서 이미 하나의 생활 문화라는 점이에요. 미국에 살다 보면, 친구 소개팅할 때 "그 사람 뭐 자리래?" 이런 질문 자주 나옵니다. 아니, 혈액형도 안 물어보는 나라에서 별자리는 왜 그렇게 물어보냐고요? 바로 조디악 사인이 성격, 궁합, 라이프스타일까지 설명해주는 도구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에요.
미국 젊은층 사이에선 특히 이런 트렌드가 더 강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대략 1981~1996년생)나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 중엔 자기 별자리를 '정체성'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거든요. 2018년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29%가 점성술을 "어느 정도 믿는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이 수치는 젊은층일수록 더 올라갑니다. 특히 여성, 그리고 종교적으로 자유롭거나 무교인 사람일수록 점성술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아요.
또 재미있는 사실 하나. 미국에서 점성술 관련 앱들이 몇 년 전부터 꽤 흥행하고 있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앱 'Co–Star'는 출시 1년도 안 돼서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The Pattern'이나 'Sanctuary' 같은 앱도 마찬가지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냥 단순한 운세 앱이 아니에요. AI를 활용해서 내 성격 분석, 인간관계 조언, 연애 팁까지 줍니다. 말 그대로 '별자리를 이용한 심리 상담' 수준이에요.
왜 미국인들은 별자리에 끌릴까?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인데요. 왜 미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별자리에 끌리는 걸까요?
첫째, 불확실한 시대에 '의미'를 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에요. 경제 불안, 취업난, 기후 위기, 팬데믹... 요즘 세대는 너무 많은 혼란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선 "나는 왜 이런 성향일까?" "이 사람과 잘 맞을까?" 같은 질문이 많아지죠. 조디악 사인은 이런 질문에 일종의 '힌트'를 줍니다. 믿든 안 믿든, 위로가 되는 방식으로요.
둘째, 자기이해와 공감의 도구가 되기도 해요. 누군가 "나는 전형적인 처녀자리야. 완벽주의 심해서 나도 피곤해"라고 하면, 상대방도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죠. 소통의 언어로서 별자리를 쓰는 거예요. 꼭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더라도,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연결고리인 셈이죠.
여기서 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글쎄요. 점성술은 학문적인 근거가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별자리가 인간의 성격이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건 심리학이나 천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이론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조디악 사인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한 예로 설명하죠. 예를 들어, 별자리에서 "당신은 리더십이 강합니다"라고 하면, 누가 들어도 기분 좋잖아요. 그리고 과거 경험에서 그런 면을 찾아내기도 쉽고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기한테 맞는 내용만 기억하면서 '맞다'고 느끼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닙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조디악 사인이 일종의 자기성찰 도구로는 쓸 수 있다"고 인정해요. 자기 성향을 돌아보는 하나의 프레임, 혹은 인생 조언의 출발점 정도로는 괜찮다는 거죠.
요즘 별자리는 '예언'보다 '엔터테인먼트'
요즘 미국에서 조디악 사인은 더 이상 미래를 맞히려는 수단이 아니에요. 오히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친구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심리 콘텐츠처럼 소비됩니다. 넷플릭스에도 별자리 관련 다큐멘터리나 시리즈가 종종 올라오고, 유튜브에선 "이달의 별자리 운세" 같은 영상이 수십만 뷰씩 찍혀요. 트위터나 인스타에도 "물병자리 공감 밈" 같은 게 넘쳐나죠.
별자리로 "운명"을 본다기보단,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면모를 관찰하고 "어쩌면 이럴 수도 있겠다"는 여지를 갖게 해주는 콘텐츠인 거죠.
결론은요. 미국인들은 조디악 사인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기보단, 재미있게 받아들이면서 선택적으로 신뢰한다'는 겁니다. 누군가는 그걸 아침 커피 한 잔처럼 소소하게 즐기고, 또 누군가는 연애운을 점칠 때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도 하죠.
믿는다고 해도 종교처럼 절대적으로 믿는 건 아니고, 부정한다고 해도 "그래도 맞는 거 같긴 한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미국식 조디악 문화입니다.
당신이 미국에 살고 있다면, 다음 번 대화에서 "너 뭐 자리야?"라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질문이 예상외로 많은 얘기를 풀어낼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죠. 별자리는 여전히 수많은 미국인의 일상 속에서 작지만 은근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