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자 주위에서 보면 보통 좋은차를 몰고다니면서 "이 집 어때요~" 하는 여유로운 이미지일 수 있지만, 실상은 힘들기로 소문난 직업입니다.

실제로 부동산하는 에이전트 보면 상당수가 몇 년 안에 그만두는 이유도 다양하기만 한데 제가 경험으로 느낀 이유들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계약서 쓴다고 바로 돈 들어오는 거 아님"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성과 기반입니다. 집을 하나 팔아야, 전세든 월세든 계약이 이뤄져야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건 성사되기까지 몇 주, 심지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 손님이 맘에 드는 집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집주인, 세입자, 대출, 감정평가, 잔금일... 이 모든 게 착착 맞아야 한 건이에요. 그 전엔 계속 '무급 노동'입니다.

"고객님은 신이 아니라... 감정 폭탄이다"
부동산업자는 단순히 '집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상 심리상담사이자 협상가이자 스트레스 쿠션입니다. 고객이 감정적으로 예민해지기 쉬운 상황—예를 들면 이사, 이혼, 투자 실패, 전세금 사기 의심—이랑 늘 맞닥뜨리거든요. 똑같은 집을 5번 보여줘도 "잘 모르겠어요..." 하면, 다시 처음부터. 고객이 '호감' 대신 '불신'부터 품고 시작하면 대화 자체가 어렵죠.

"24시간 대기조... 진짜 집에 못 들어간다"
일반 직장은 출퇴근이 있죠. 부동산은 고객 시간에 맞춰야 하니 퇴근 시간이 없습니다. 특히 직장 다니는 손님 상대할 땐 저녁 8시 이후, 주말에 스케줄이 몰려요. 갑자기 전화 와서 "지금 근처인데 방 볼 수 있어요?" 하면 뛰쳐나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건 없으면 손님 못 잡고, 손님 없으면 물건 못 뺌"
이건 일종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 집주인 입장에선 "당신 고객 있어요?" 하고 물어보고, 손님은 "맘에 드는 집 있어요?"라고 물어요. 양쪽 다 확보해야 거래가 성사되는데, 처음엔 둘 다 없죠. 특히 신규 공인중개사는 이 구간이 가장 고비입니다.

"법, 규제, 세금... 한순간에 시장 얼어붙는다"
정부가 대출 조인다? 거래량 반 토막 납니다. 전세 사기 이슈 터진다? 세입자들 계약 꺼립니다. 취득세 바뀐다? 투자가들 손 뗍니다. 한마디로 시장은 정치와 경제, 뉴스에 따라 춤을 추는데, 중개인은 그 흐름을 오롯이 맞아야 해요. 일 없으면, 진짜 일이 없습니다.

"믿고 맡긴다는 말, 믿지 말자"
중개업은 사람과의 신뢰가 전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신도 사람에게서 옵니다. 좋은 물건 보여주고 연락 끊는 손님, 가계약금만 걸고 딴 중개사 통해 계약해버리는 경우, 아니면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 구하고 연락 끊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 그 찝찝함은, 말로 다 못합니다.

"나도 사람인데, 감정 노동이 너무 과함"
집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맞장구 치고, 절대 고객 기분 상하게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근데 하루 종일 반복되면 멘탈이 탈탈 털립니다. 특히 헛걸음 시키고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하고 사라지는 손님이 반복되면, 사람에 대한 신뢰도 같이 흔들려요.

부동산 중개업은 단순히 '집 팔아서 돈 버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자, 감정을 견디는 일이고, 인내와 타이밍의 싸움이에요.

그래서 이 직업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단순히 '성공한 중개사'가 아니라, 진짜 고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