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봇이 설거지도 해주고, 바닥도 닦아주고, 이제는 잔디까지 깎아준다니... 미래가 성큼 우리 집 앞마당까지 온 느낌이죠.
로봇잔디깎기. 뭔가 버튼 한 번 누르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정원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죠?
근데 현실은 좀 다릅니다. 로봇잔디깎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결정적으로 스트레스도 생깁니다.
로봇이 멋지게 정원 누비며 깎으려면, 일단 이 친구에게 경계선을 알려줘야 해요.대부분의 모델은 경계선 와이어를 정원 테두리에 묻거나 고정해야만 작동합니다.
그 선 없이는 잔디 어디까지 깎아야 할지 몰라서 그냥 뱅뱅 헛돌거나, 엉뚱한 데로 가버리거든요.
그런데 이 선 설치가 은근히 번거로워요. 삽 들고 땅 파야 하고, 선도 예쁘게 감춰야 하고.
그리고 나중에 화단 하나 옮기기라도 하면? 네, 다시 시작입니다. 선도 다시 깔아야 해요.
사람은 개똥, 돌멩이, 나뭇가지 피해가며 깎잖아요. 근데 로봇은? 일단 들이박습니다.
고급형은 살짝 멈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이건 뭐지?" 하고 멈칫하거나 그 자리에서 헤매요.
특히 애 키우는 집처럼 정원에 장난감이나 툭 던져놓은 물건 많은 집은 매일 로봇이 SOS 신호 보내고 있을 확률 99.9%입니다.
대부분 로봇잔디깎기는 비 오는 날엔 작동 금지예요.
센서가 있어서 비를 감지하고 스스로 멈추는 똑똑한 모델도 있지만, 저가형은 그런 기능 없어서 그냥 빗속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고장 납니다.
게다가 잔디가 젖어 있으면 칼날에 풀 찌꺼기가 엉겨붙어서 더러워지고, 깔끔하게 안 깎여요.
로봇이 알아서 충전하러 가긴 하지만, 넓은 마당에서는 배터리 부족→충전→복귀→또 배터리 부족 무한 루프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오전에 켰는데 해 질 녘까지도 작업이 안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2~3년에 한 번은 교체해야 하는데, 그 가격도 꽤 나가요.
성능 괜찮다 싶은 로봇은 1,000달러 이상, GPS 기능이니 스마트 앱 연동이니 붙기 시작하면 2,000달러 훌쩍 넘어갑니다.밤에 조용히 돌아다니는 로봇, 귀엽다고요? 고슴도치나 새끼 토끼 입장에선 공포의 '살인 청소기'입니다.
실제로 유럽에선 야생동물 피해 때문에 로봇잔디깎기를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어요.
그리고 소음 걱정 없는 조용한 작동이라고 하는데 써보면, 브러시리스 모터 소리, 칼날 휙휙 도는 소리, 기계가 부딪히는 소리, 꽤 시끄러워요.
현실은, 경계선 그어야 하고, 장애물 정리해야 하고, 날씨 체크해야 하고, 배터리 신경 써야 하고, 정기적으로 손봐줘야 하는 기계입니다. 이쯤 되면... 그냥 손으로 깎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어요.정리하자면, "설치만 하면 끝!"은 절대 아닙니다.
손 많이 가는 고급 기계. 애정이 있거나, 테크덕후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셔도 좋습니다.
진짜 게으른 사람은... 로봇 관리하는 것도 귀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