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곰은 색깔이 밝을수록 사람에게 공격적이고 위험하다?  - Anchorage - 1

백곰은 위험하고 불곰은 중간이고 흑곰은 덜 위험하다?

이거 진짜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었겠지.

"흰곰이 제일 위험하고, 밝을수록 더 위험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미스리딩이다.

앵커리지에서 살다보면 타지인들이 "곰 어디가면 볼 수 있나요?" 물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웃는다.

여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기 살면서 곰을 안 보고 사는 게 가능하냐?" 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현지인 입장에서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색깔 순서, 일단 맞긴 하다

흑곰 → 그리즐리(회갈색) → 북극곰(흰색). 이 순서로 "위험도"를 나열하는 건 틀리지 않는다.

근데 이건 마치 "포르쉐 SUV가 포드 SUV 보다 빠르다"는 말이랑 비슷하다.

맞는 말인데, 실생활에서 그 차이가 당신 목숨을 좌우하냐고 물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길에서 포드 SUV에 들이 받히면 안다치나?

먼저 흑곰은 체구가 가장 작고 성격이 겁이 많아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하는 경우가 많다.

흑곰은 앵커리지에서 제일 흔하다. Chugach State Park 트레일 조금만 들어가면 흔적이 자주 보인다.

베리 시즌 되면 아예 인가 뒷마당까지 내려온다. 쓰레기통 뒤지는 건 뉴스도 아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대부분 사람보면 놀라서 도망간다. 놀라서 공격하는 케이스만 조심하면 생존 확률은 꽤 높다.

흑곰(American black bear)에게 사람이 공격당해 사망하는 경우는 1년에 1건도 안 되는 수준으로 보고된다.

통계로 보면 번개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중요한 건 행동이다.

흑곰이 좋아할 만한 먹이를 밖에 두지 않고, 곰을 자극하지 않으며, 마주쳤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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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리즐리는 다르다. 앵커리지 시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보이지만, 조금만 외곽 나가면 게임이 바뀐다.

Denali나 Katmai 가면 "안 보기가 더 어렵다" 수준이다. 특히 연어 시즌에는 사방에 돌아다니고 물가마다 쇼케이스다.

문제는 이 녀석 북극곰 다음으로 거대하며 힘이 매우 강력하다.

주로 자신의 영역이나 새끼를 지키려는 방어적 공격을 많이 하는데 잘못 걸리면 답 없다.

실제로 마주치면 힘좋은 남자라도 한방에 죽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한다.

자극을 받으면 즉각적으로 공격하며 샷건이나 스프레이로 방어해도 갑자기 마주치면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레즐리 곰은 실제로는 색이 꽤 다양하다.

Grizzly bear는 갈색, 진한 초콜릿색, 금빛, 심지어 거의 검게 보이는 개체까지 있다.

특징은 털 끝이 밝게 탈색된 것처럼 보여서 전체적으로 "회색빛 섞인 갈색"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이게 'grizzled(희끗한)'에서 이름이 나온 이유다.

서식지는 주로 알래스카가 핵심이고, 본토에서는 몬태나, 와이오밍, 아이다호 쪽 록키산맥 일대에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Yellowstone National Park 주변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쪽은 훨씬 넓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앨버타, 유콘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한다.

참고로 북미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곰이 이종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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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앵커리지에 없다

백곰인 북극곰은 Utqiagvik 같은 앵커리지에서 1,000km 북쪽으로 나오는 북극권 마을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

여기 앵커리지에서 백곰을 야생에서 볼 확율은 아마 여기에서 갑자기 사막낙타를 집앞에서 보는것처럼 볼 확률이 거의 없다.

아뭏든 북쪽 북극권 마을 동네는 진짜 "사람이 조심해야 하는 동네"다. 백곰 얘네는 사람보고 도망가는 타입이 아니다.

사람을 일단 먹을거로 보고 신나게 달려오고 곰발 휘두르며 접근하는 타입이다. 인간을 먹이로 보는 몇 안 되는 포식자다.

코카콜라 CF 선전 생각하고 다가가면 당신이 가로로 찢어질지 세로로 찢어질지는 전적으로 백곰 마음이다.

사실 백곰을 마주쳤다는 것 자체가 바다에 빠져서 피흘리는 중에 죠스를 만난것 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

백곰은 먹이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공격성이 높고,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집요하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손에 장총이나 대구경 사냥총이 없다면 살 가망성은 거의 없게 된다고.

반전이 하나있다. 서식지가 눈밖에 없는 북극이라 실제 통계에 나오는 인간을 죽거다 다치게 한 횟수는 가장 적다고 한다.

그럼 총이 답이냐

알래스카에서 합법적으로 총 들고 다니는 사람 많다. 근데 "눈앞에 곰 보이면 쏴도 되냐?" 이건 전혀 다른 얘기다.

원칙은 명확하다. 자기 방어, 즉 생명 위협 상황이면 가능하다. 그냥 보였다고 쏘는 건 불법이고, 실제로 처벌 받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총이 있어도 제대로 대응 못 하면 의미 없다.

몇 초 안에 판단하고 정확히 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그게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손 떨리고, 곰이 생각보다 빠르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진짜 믿는 건 따로 있다. 베어 스프레이다. 총보다 현실적인 생존 도구.

거리 유지하면서 뿌리면 확률이 올라간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총은 영화고 스프레이는 현실이다.

앵커리지 뒷산이면 흑곰 조심하면 되고, 외곽 깊이 들어가면 그리즐리 생각해야 하고, 북쪽 끝까지 가면 게임 자체가 달라진다.

중요한 건 곰 색깔이 아니라 딱 하나다. "지금 내가 왜 이 곰 앞에 서 있냐."

"곰을 만났다는 순간,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알래스카 여행 전에 베어 스프레이 하나 챙기는 게, 곰 색깔 공부 열 번 하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