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H-1B)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교육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외국인 교직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대학과 공립학교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단순한 이민 규제가 아닌, 미국의 과학기술 및 교육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기존 1,000달러였던 H-1B 비자 수수료를 무려 10만 달러로 인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외국인보다 미국인을 더 많이 고용하게 만들겠다"는 논리가 있었습니다. 즉, 비자를 비싸게 만들어 외국인 채용을 줄이고, 그 일자리를 미국인에게 돌리겠다는 계산이었죠. 하지만 정작 이 조치의 타격은 실리콘밸리나 대기업보다, 인재난에 시달리는 미국 교육계에 더 크게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대학협회(AACU)의 린 파스케렐라 회장은 "미국의 많은 대학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H-1B 비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원자력공학, 재료과학, 의학 연구처럼 국내 인재가 부족한 분야에서는 외국인 전문가가 연구와 교육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파스케렐라 회장은 "우리는 미국인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격과 능력에 기반해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네브래스카대학의 제프리 골드 총장은 "대학이 10만 달러의 비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앞으로 H-1B 소지자를 이전만큼 채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네브래스카대학의 전체 교직원은 약 1만6천 명이지만, 이 중 500명 정도가 H-1B 비자를 통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밀 농업, 첨단 기술, 의학 분야 등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가 천 배나 오르면, 특히 재정 여건이 취약한 중소 규모 대학은 외국인 교원을 아예 채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뉴욕주의 유니언대학(Union College) 역시 현재 H-1B 비자를 가진 교직원이 16명인데, 이 대학의 엘리자베스 키스 총장은 "우리는 앞으로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소규모 사립대학이나 지역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형 주립대조차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수만 달러의 추가 비용은 치명적입니다.

미국 이민국(USCIS)에 따르면 H-1B 비자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기업이지만, 교육기관도 2024회계연도 기준 전체 비자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비자 없이는 미국의 많은 대학이 STEM 전공 강의를 개설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에서도 외국인 교직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미국 교육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학교는 트럼프 행정부가 교육 기관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에는 "국토안보부 장관이 외국인 채용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특정 직책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기관이, 어떤 직책에서 면제를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만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국의 인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첨단 과학과 의료 분야에서 미국은 이미 외국인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통로가 막히면, 우수 인재들은 캐나다나 유럽,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비자 수수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로 가고자 하느냐"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과 연구자가 모여드는 나라, 인재가 자유롭게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다면 미국 대학의 경쟁력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H-1B 수수료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 교육의 미래를 가르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