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 박물관 한복판에서 왕관 보석이 통째로 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4인조 강도들이 전기톱을 들고 나타나 사다리차로 루브르 외벽을 타고 오르더니 디스크 커터로 유리를 잘라버리고, 갤러리로 진입해 보석 9점을 훔쳐 달아났다는 겁니다.

그것도 일요일 아침 관람객이 드나드는 시간대에 7분 만에 작전을 끝냈다니, 이게 어떻게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범인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마치 작업자처럼 위장했었습니다. 막상 경보는 늦게 울렸고 보안팀은 우왕좌왕하다 사건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출동했다죠.

프랑스 경찰이 토요일 저녁 용의자 몇 명을 붙잡았다며 발표했지만 이미 세계는 그들의 허술한 국가 시스템을 지켜봤습니다. 루브르는 박물관이 엘리트 전시관 이라고 불릴 만큼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의 보안이 이렇게 구멍투성이라면 문제가 있는거겠죠.

루브르 박물관장이 이번 사건을 "끔찍한 실패"라고 하는데 그는 국가적 수치임을 알고 있는겁니다. 8천8백만 유로, 한화로 1,500억 원 규모의 왕관 보석이 도난당했는데 체포된 용의자 중 한 명은 샤를 드골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잡혔답니다.

프랑스 정부는 수사에 100명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고 자랑하지만 경보 하나 바로작동 안 되는 박물관을 지키지 못하고 뭘 그렇게 떠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무부 장관은 수사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는데, 솔직히 지금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감사'가 아니라 '책임자 문책' 아닐까요.

루브르의 보석들이 도난당한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이미 몇 년 전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도 똑같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하고 끝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는 세계 미술계의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이번에 도난당한 건 단순한 보석이 아닙니다. 19세기 왕비 마리 아멜리와 오르탕스가 사용했던 사파이어 왕관과 목걸이, 귀걸이 세트, 나폴레옹의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의 에메랄드 목걸이, 그리고 유제니 황후의 다이아몬드 왕관과 코사지 브로치까지, 모두 프랑스 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물들이었습니다.

다행히 유제니 황후의 에메랄드 왕관은 부서진 채로 발견되어 복구는 가능하다지만, 이런 사건이 반복된다는 게 이미 나라의 시스템이 썩어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탔을 때도 "프랑스 정신이 타버렸다"고들 했는데, 이번엔 그 잿더미 위에 보석마저 털린 셈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 사건이 아니라 프랑스가 스스로 만든 시스템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장처럼 느껴집니다. "보석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시민의 말처럼 이제 진짜로 프랑스가 잃은 건 보석이 아니라 '자존심'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