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솔트레이크 호수에 10억 달러를 쓴다고 합니다 - Salt Lake City - 1

솔트레이크시티에 산 지도 벌써 십수 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이곳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를 자랑하는지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짠물 호수에서 수영도 제대로 못 하고, 여름이면 바람 방향 따라 특유의 냄새가 시내까지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 년 지나다 보니 이 호수가 이 지역 전체의 허파 같은 존재라는 걸 뼛속까지 느끼게 됐습니다.

요즘 동네 카페에서 이웃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호수를 살리겠다고 10억 달러를 쓰겠다고 한 건입니다.

2월 21일 트루스소셜에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를 지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즉각 해결해야 할 환경 재해다"라고 올리더니, 며칠 뒤에는 본인 특유의 슬로건을 비틀어서 "Make The Lake Great Again"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유타는 공화당 텃밭이고 저도 보수적인 유권자이지만, 솔직히 이 양반이 환경 문제에 이렇게 진심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호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는 델라웨어주보다 더 큰 2,300평방마일짜리 거대한 호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1,000평방마일이 넘는 마른 호수 바닥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바닥에 비소를 비롯한 중금속과 독성 물질이 잔뜩 쌓여 있다는 점입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이 먼지가 공중으로 떠올라서 솔트레이크시티는 물론이고 와이오밍, 아이다호까지 날아간다고 합니다. 약 250만 명이 호흡기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저희 집 막내가 천식기가 있어서 공기 질 앱을 매일 확인하는데, 바람 심한 봄철에 수치가 갑자기 나빠지는 날이면 솔직히 가슴이 철렁합니다. BYU 생태학 교수 벤 애봇이 이 호수를 "환경 핵폭탄"이라고 부른 게 괜히 나온 표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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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호수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닙니다. 전 세계 브라인 새우의 최대 50퍼센트가 이곳에서 나옵니다. 브라인 새우는 사람이 먹는것이 아니라 사료를 먹기 힘든 어린 물고기, 양식새우의 사료가 바로 여기서 나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리튬이나 마그네슘 같은 핵심 광물도 이 호수에서 채굴합니다.

매년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타가 자랑하는 "지구에서 가장 좋은 눈"이 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 호수의 수분 덕분입니다.

스키 시즌마다 이 지역 경제가 얼마나 돌아가는지 생각하면 호수가 말라 간다는 건 지역 경제 전체가 말라 간다는 말과 같습니다.

미국 호수들이 다 같이 말라 가고 있다?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대호를 제외하면 미국 서부의 큰 호수들은 지금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네바다와 애리조나 경계의 미드호는 후버댐 수위가 역사상 최저치를 반복하고 있고, 바로 위쪽 파월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살턴호는 수십 년째 쪼그라들면서 독성 먼지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천식과 폐 질환을 폭증시키고 있습니다.

오리건의 클라마스 호수, 캘리포니아의 모노호, 심지어 저 북쪽 몬태나 지역의 호수들까지 수위 변동이 심상치 않다는 기사를 자주 봅니다.

이유는 비슷비슷합니다. 관개 농업에 끌어다 쓰는 물이 너무 많고, 겨울 강설량은 줄어들고 있고, 인구는 계속 늘어납니다.

유타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6년 겨울은 역대 최악의 강설량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스키를 타러 갔던 2월 어느 날 슬로프 절반이 맨땅이 드러나 있는 걸 보고는 정말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궁금했습니다. 뉴욕 출신 대통령이 왜 갑자기 유타의 짠물 호수에 꽂혔을까.

알고 보니 인맥이 있었습니다 ㅎㅎ.

과거 어프렌티스를 제작했던 마크 버넷이 유타로 이주해 와서 호수 보전 단체 이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 사람이 꾸준히 백악관에 이야기를 흘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스펜서 콕스 주지사가 전미주지사협의회 참석차 워싱턴에 갔다가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를 잡았고, 15분 예정이었던 면담이 한 시간 반까지 길어졌다는 겁니다.

콕스 주지사가 10억 달러를 요청했을 때 트럼프가 눈 하나 깜짝 안 했다는 대목에서는 솔직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른 환경 예산은 깎고 또 깎는 분이 유독 이 사안에는 돈을 쓰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만큼 이 문제가 이념을 떠나 현실적이고 시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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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호수가 회복되려면 매년 최소 50만에서 80만 에이커피트의 물이 들어와야 한다고 합니다.

2034년 동계 올림픽 전까지 예전 수준으로 복원하려면 연간 100만 에이커피트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물입니다. 돈만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수리권, 농업 관행, 주 경계를 넘는 물 분배까지 건드려야 하는 복잡한 싸움입니다.

게다가 의회가 최종 승인을 해야 하는데 2027 회계연도 예산은 여기저기서 삭감 소식이 들려오는 중이라 통과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땅에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정치 성향이 어떻든 간에 이번만큼은 제대로 밀어붙여 주기를 바랍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한 적 없다는 종말 직전의 짠물 호수 복원을 우리가 해낼 수 있다면, 그건 유타뿐 아니라 미국 서부 전체 호수 문제에 큰 이정표가 될 겁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언덕 위에서 호수 쪽을 내려다봤는데, 햇빛에 반사된 소금 결정들이 예전보다 훨씬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기가 원래 물이었어야 하는 자리라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