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안토니오 국제공항에 도착해 터미널 B로 들어서면 누구나 고개를 들어 한 번쯤 쳐다보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오래된 복엽기,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의 전투기입니다. 공항 안에서 이 낡은 비행기를 마주하는 순간, 마치 100년 전으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전투기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샌안토니오라는 도시가 가진 군사적 역사와 항공의 뿌리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이 복엽기는 1917년경 제작된 커티스 제니(Curtiss JN-4 "Jenny") 기종을 원형으로 한 복원 모델입니다. 실제로 이 기종은 미국 항공 역사의 상징 같은 존재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조종사들의 기본 훈련기로 사용됐습니다. 나무 프레임에 천을 입힌 구조로 만들어져 오늘날의 금속 전투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볍고 단순하지만, 당시로서는 최첨단 항공기였습니다.
조종석은 개방형이라 비행 중 바람이 그대로 얼굴에 부딪히고, 속도는 시속 12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비행기가 미군 항공의 출발점이자 수많은 조종사들의 꿈을 실었던 비행기였습니다.
샌안토니오가 이 비행기를 전시한 이유는 단순한 장식 때문이 아닙니다. 이 도시는 '미국 공군의 요람'이라 불릴 만큼 항공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처에는 켈리 필드(Kelly Field), 랜돌프 공군기지(Randolph AFB), 그리고 랙랜드 기지(Lackland AFB)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10년대부터 이 지역은 조종사 양성과 항공기 훈련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천 명의 미군 조종사들이 바로 샌안토니오에서 비행을 배웠고, 그때 사용된 기종이 바로 이 커티스 제니였습니다.

전시된 전투기는 실제로 하늘을 날았던 기체는 아니지만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무 골격, 프로펠러, 천으로 덮인 날개, 그리고 꼬리 부분의 미 육군 항공대 라운델까지 세밀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터미널의 천장 위에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자세로 매달려 있어, 마치 이륙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아래로 현대식 항공사들이 줄지어 있고 승객들이 셀카를 찍으며 지나가지만 오래된 비행기는 묵묵히 100년의 세월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 전시물은 샌안토니오 시민들에게는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이름이 단순히 관광지로만 알려지지 않고, 미국 항공역사의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20세기 초,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곳 기지에서 조종 교육을 받았고, 그중 상당수가 전쟁터로 떠났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비행의 열망이 바로 이 복엽기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샌안토니오 국제공항 터미널 B의 이 전투기는 결국 도시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열망, 그리고 기술 발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상징입니다.
여행자에게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겠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어디서 시작했는가"를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비행기입니다. 그래서 그 복엽기는 지금도 하늘을 나는 대신, 공항의 천장에서 조용히 도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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