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HEB에 먹을거 사러 자주 가게 되죠.

처음엔 그냥 집에서 가까운 마켓이라서 갔던 것 같은데, 여기 산 지 몇 년 지나고 보니 HEB는 마켓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에 가까운 존재인 것 같아요. 특히 과일이랑 야채 코너 보면, 왜 텍사스 사람들이 HEB를 그렇게 아끼는지 바로 느껴지게 됩니다.

HEB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이 과일이랑 야채 섹션인데 이 배치 자체가 HEB 자신감인 거죠.

사과, 오렌지, 바나나 같은 기본 과일부터 아보카도, 망고, 파파야, 할라피뇨, 실란트로까지 텍사스다운 재료들이 넉넉하게 깔려 있는 느낌이에요. 중요한 건 종류가 많다는 것보다 상태가 늘 일정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오늘 가도 괜찮고, 다음 주에 가도 큰 차이가 없는 편인 거죠.

HEB 과일과 야채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에서 바로 가져온 느낌이 강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멀리서 트럭으로 며칠을 달려온 재료라기보다는, 텍사스 어딘가에서 바로 올라온 것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시즌이 되면 텍사스산 수박이나 딸기, 복숭아 같은 과일이 전면에 나오는데, 이때는 굳이 고민할 필요 없이 집게 되는 거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유기농이 아니어도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야채 코너를 보면 이런 인상이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양파나 감자, 토마토처럼 기본 재료들이 대충 쌓여 있지 않고, 크기나 색이 비교적 고른 편이에요. 손으로 집어 들었을 때 물러진 느낌이 적은 것도 장점인 것 같고요.

예전에 한국에서 마트 다니던 습관 때문에 토마토를 하나씩 눌러보게 되는데, HEB에서는 실패 확률이 낮은 편인 것 같아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집에 와서 버리는 야채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꽤 중요한 부분인 거죠.

샌안토니오라는 도시 특성도 과일과 야채 코너에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에요.

히스패닉 식문화가 강한 지역이다 보니 고수나 라임, 각종 페퍼 종류가 항상 신선하고 가격도 안정적인 편인 것 같아요. 타코나 멕시칸 음식 자주 해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좋은 재료들이 늘 준비돼 있는 셈이죠. 아보카도도 품질 대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장바구니에 부담 없이 담게 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낭비를 줄이려는 방식인 것 같아요. 소포장과 대포장이 골고루 있고, 상태가 조금 떨어진 과일이나 야채를 따로 모아서 할인 판매하는 코너도 종종 보이거든요. 먹는 데 문제없는 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혼자 사는 사람이나 맞벌이 부부에게 특히 잘 맞는 구조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HEB가 진짜 지역 마켓처럼 느껴지는 거죠.

나이먹다보니 예전엔 무조건 싸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신선도랑 실패 확률을 더 보게 됩니다. HEB 과일이랑 야채는 그 기준에서 꽤 안정적인 선택지인 것 같아요. 늘 기대한 만큼은 품질이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샌안토니오에서 HEB가 단순한 마켓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결국 이런 기본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과일 하나, 야채 한 봉지에서도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오랜기간 사랑받아온 HEB의 진짜 힘은 거기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