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돈을 잘 번다"
"유대인들은 공부를 잘한다"
"유대인들은 세계를 지배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런 말들. 사실이든 과장이든 간에, 미국에서 유대인 하면 뭔가 특별한 집단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나는 미국에 사는 평범한 이방인이지만, 이 특별한 '유대인'이라는 이름을 접할 때마다 궁금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가 다른 걸까?
미국 유대인 인구는 얼마나 될까?미국 전체 인구는 약 3억 3천만 명 정도. 그 중에 유대인은 약 750만 명, 대략 2% 조금 넘는다.
숫자로 보면 많아 보이지 않지만, 존재감은 거의 탑티어다. 예를 들어보자.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이 유대인이고, 미국 아이비리그 상위권 진학률 중 유대인 비율은 항상 상위권, 그리고 월스트리트, 헐리우드, 미디어, 학계, 법조계, 심지어 정치계까지 유대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쯤 되면 숫자는 적어도 영향력은 어벤져스 급이다. 이런 농담도 있다. "유대인이 없으면 미국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말.
웃긴 얘기지만, 어딘가 씁쓸히 와닿는 현실.
그들은 왜 그렇게 '공부'에 진심일까?
유대인 가정에서는 어릴 적부터 "너는 똑똑하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해" 같은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세상은 항상 너를 이방인으로 볼 거야. 그러니 너 자신을 증명해야 해" 라는 식으로 자란다고 한다.
이건 그냥 공부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운 가르침이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쫓겨나고 차별받고 학살당했던 경험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식과 실력, 논리력, 그리고 글쓰기 능력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토라(유대 율법)를 기반으로 한 탈무드 교육도 논쟁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누가 옳은지 따지는 게 아니라, 누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가 포인트다.
그게 그대로 미국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에도 잘 맞아떨어진 거다.
경제력은 또 왜 그렇게 센가?
유대인들은 오랫동안 땅 소유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 무역, 보석, 고리대금업 같은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직업군에 집중하게 됐다. 지금은 정상적인 직업이지만 중세 시대엔 기독교도들이 기피했던 직종이다.
그 틈을 유대인들이 파고들었던 것.
그리고 오늘날에도 그 금융 마인드가 이어진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저축과 투자 개념을 가르친다. 이런 문화 덕분에, 유대인들은 단순히 '돈 많은 집안'이 아니라, 돈을 만들고 유지하고 불리는 법을 아는 집안이 많은 거다.
그럼 다들 그렇게 잘 사는 걸까?
물론 그렇진 않다. 유대인 중에도 가난한 사람은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다.
특히 뉴욕 브루클린이나 LA의 일부 지역에는 초정통파 유대인(Haredi)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복장에, 전통 율법을 고수하며 살다 보니 경제 활동은 최소한으로만 한다.
많은 아이를 낳고, 공부는 종교 중심. 그래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경우도 많고, 생활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그러니까 유대인도 딱 잘라서 하나의 이미지로 보기엔 어렵다.
다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교육과 경제력,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에서 돋보이는 건 맞다.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의 위치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종교와 인종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혐오(anti-semitism)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정치적 이슈(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등)가 터질 때마다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유대인 커뮤니티는 단결력이 엄청나게 강하고, 자기들끼리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그리고 이들은 기부 문화가 굉장히 활발하다.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들이 커뮤니티나 학교, 병원 등에 수십억 달러씩 기부하는 일도 자주 있다.
자기들만 잘 살겠다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잘 되자는 철학이 강하다.
나는 그들의 문화를 보면서 한 가지 배웠다.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지식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단순히 책 읽는 게 아니라, 사고력, 논리력, 질문하는 힘, 네트워크와 연대의 힘까지 포함된다는 것.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 안에서도 2% 남짓한 유대인들이 이렇게 강한 이유, 그건 그들만의 깊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끈질긴 생존력 덕분이 아닐까.